스타트업 사업 넘보는 서울시장 공약 논란
입력
수정
지면A6
반려가족 플랫폼·주차 공유앱 등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스타트업이 진출한 사업까지 침범할 여지가 있는 공약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할 서울시장 후보들이 세금으로 스타트업의 먹거리마저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진출하면 스타트업 고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려동물 복지 및 입양, 이용시설 지도 앱 등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반려가족 플랫폼’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미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많은 스타트업이 진출해 있다. 동물병원 정보 등을 제공하는 펫닥·핏펫·피터펫, 펫시터를 소개하는 도그메이트, 유기동물 입양 정보 플랫폼 포인핸드, 반려동물 동반장소 정보 제공 앱인 반려생활 등이다.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우선주차공간 데이터베이스화 및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유휴주차공간 공유 앱 개발을 공약했다. 주차와 관련해서는 월 주차 스타트업인 주차팅이 지난해 6월 사업을 시작했다. 오 후보의 1인 가구 공약인 셰어하우스 역시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한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만인의꿈은 강남, 홍대 등지에서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사업 영역 진출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새로운 창업 기회마저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생긴 공유 자전거 ‘따릉이’는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만, 지난해 적자만 157억원(8월 기준)에 달한다. “달릴수록 적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레클, 카카오T바이크 등 공유 자전거 벤처기업은 따릉이 때문에 서울에서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 후보 모두 민간 기업을 성장시키고 유치하는 방향이 아니라 재정을 투입하는 공약이 많다”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민간의 활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