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혜원 "'결사곡' 전노민 일침, 6장 독백 비법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박향기 역 전혜원
'웹드 대세'에서 '임성한 샛별'로

"배역에 몰입, 전노민 안보이면 더 화나" 웃음


혜성같은 신예가 등장했다. 앞서 웹드라마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기록한 웹드라마 '키스요괴'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전혜원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박향기 역으로 출연, 20대의 당돌함과 솔직함을 보여줬다. 아버지 박해륜(전노민)의 불륜을 목격하고, 엄마 이시은(전수경)보다 강력한 일침을 가하는 박향기는 '결사곡'의 사이다로 꼽혔다. 극중 박향기는 박해륜의 불륜을 직접 목격한 후 "조수석에 그 여자 누구냐"며 "그 여자 집에서 주무신 거냐"고 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생 박우람(임한빈)에게도 "아빠가 엄마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전하면서 아빠의 불륜을 공론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아빠는 엄마에게 이러면 안 된다"며 "아빠를 교수로 만든 것도 엄마고, 엄마가 아빠 뒷바라지하려 대학 때부터 방송일 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손에 물 한 번 안 묻히고 산 부잣집 딸이었는데, 아빠를 위해 고생하고 단물 빠졌다고 내평겨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박향기의 '팩트폭행'에 박해륜이 "내가 예수 그리스도도 아니고 석가모니 부처도 아니고, 어떻게 한 남자가 죽을 떄까지 한 여자만 사랑하다 죽을 수 있냐"냐고 울부짖으며 '결사곡' 시즌1 최고 명장면을 완성했다. '불륜 아빠 참교육'이라 불리는 박향기의 일침은 A4 용지 6장에 달하는 분량이었다고. 전혜원은 "(해당 장면이 등장했던) 7회 대본을 받자마자 깜짝 놀랐고, 감사했고, 부담됐지만, 무조건 잘해내고 싶었다"면서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연습했다"면서 지난 시간에 대해 전했다.
배우 전혜원/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 시즌1 최고 명장면을 장식했어요. 저도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를 타박하고 팩트로 폭행하면서 '예수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란 명대사도 나왔잖아요.(웃음) 그 장면을 찍으면서 신이 길기도 했고, 대사도 많아서 힘들었는데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촬영장에서는 전수경 선배, 전노민 선배를 '엄마', '아빠'라고 불러요. 정말 엄마, 아빠 같아요.

▲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어떻게 외웠을까요.

많이 읽고, 항상 대본을 옆에 두고 있었어요. 임성한 작가님 특성상 화법이나 이런 게 평소에 쓰는 말투가 아니라 입에 붙이려 노력했어요. 제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지루해 보일까 봐 걱정도 되더라고요. 감정을 나누는 데 중점을 뒀죠. ▲ 아빠의 불륜을 목격한 딸이라는 설정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결혼관이나 연애관에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향기라면 분명히 인생이 통째로 바뀔 일이었을 거예요. 절대 결혼도 하지 않을 거 같아요.(웃음) 저에겐 그저 멀리만 느껴졌어요. 주변에서 불륜을 하고, 갈등을 겪는 분들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직까진 너무 머나먼 얘기 같아요.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거 같아요. 물론 지금은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 연애도, 결혼도 당장 하고 싶진 않아요.

▲ 그럼에도 몰입을 하다 보면 화나는 상황도 있었을 거 같아요. 당연히 화가 나요.(웃음) 배역에 몰입해서, 엄마가 힘든 거 보면 화가 나고, 아빠가 눈에 안 보이면 더 화가 나요. 방송을 볼 때에도 '아빠가 우리 없을 때 저랬단 말이지?' 라고 분노해요. 대본을 봐도, 눈으로 보면 더 화가 나요.

▲ 그런 의미에서 시즌1 마지막 회에서 아버지의 베드신을 본 소감이 궁금해요.

지금 화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풀 수가 없으니 보는 내내 한숨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이게 시청자 입장에서 볼 수가 없어요.(웃음) '내 생일에 저러고 있었단 말이지?'라고 생각하면서 향기 입장에서 보게 돼요. 그러면서 더 향기를 이해하게 되고요.
배우 전혜원/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 다른 커플들의 불륜은 어떤가요? 신유신(이태곤)의 불륜녀 아미(송지인)는 향기를 제외한 유일한 20대 설정인데요.

16살 나이 차이의 남성을 만날 순 있어요. 문제는 불륜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말도 안 되죠. 그런데 또 굉장히 현실적인 얘기 같아요. 성실해 보이고, 어른스럽고, 뭐든 능숙해 보이는 사람에게 끌린 순 있어요. 하지만 불륜은 안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16살 나이 차이도 용납이 안 돼요.(웃음) 연하보다는 연상이 좋지만, 허용할 수 있는 수치는 10살 정도고요.

▲ 연하나 또래는 어떤가요?

또래는 저와 생각이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전 현실적인 편인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거 같고. 제가 전공이 연기라 대학에서 만난 또래들이 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전 당장 연기자가 되기 위해 '뭘 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준비하느라 바쁜데, '난 ***한 연기자가 될 거야, 행복할 거야' 이러니 공감대 형성이 안되더라고요.

▲ 데뷔작이 개봉했을 때 고등학생이더라고요.

제가 부산에서 컸는데, 원래 무용을 했어요. 7살 때부터 해왔는데, 부상을 당해서 무용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멍하게 있으니 어머니가 짠해 보이셨나 봐요. '뮤지컬을 배워보라'면서 연기학원에 등록해주셨어요. 그때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졸업 작품에 캐스팅됐고, 그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제 데뷔작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어요. 그런데 전 굉장히 별로고 부끄러웠어요. 나쁜 습관도 많이 보이고. 큰 스크린으로 보니 단점들이 더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연기과 입시를 준비했고, 입학 후에도 열심히 오디션을 봤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실질적인 첫 작품은 2017년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예요.
배우 전혜원/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 '결사곡'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오디션을 봤어요. 현장에서 대본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향기가 좋았어요.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임성한 작가님이 합격시켜주셨다니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죠.(웃음) 합류가 결정되고 너무 좋았어요. 촬영장엔 선배들이 많아서 긴장도 많이 했는데 다들 너무 잘해주시고, 배려도 많이 해주세요.

▲ '결사곡'을 찍으면서 '여신강림'에도 출연했더라고요.

'여신강림'에서 주경(문가영)이를 괴롭히는 박새미 역으로 출연했는데, 촬영이 맞물렸지만 스타일이 워낙 다르니 그것도 재밌었어요. 거기서는 '날라리', 여기서는 '세상 착한 딸'이라 확확 바뀌면서 제가 뭘 더 하지 않아도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고요. 제가 한 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눈을 나쁘게 떴다가 착하게 뜨는 정도? 재밌었어요.

▲ 시즌2에선 향기가 아빠를 척결할까요?(웃음)스포일러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시즌 1에서 심경 변화가 큰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시즌 1이 기반을 잘 다진 거라면, 시즌 2에서는 이야기의 꽃이 핍니다. 재밌는 얘기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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