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트플랫폼 조성 갈등 언제까지…이번엔 블랙리스트 '논란'

제주도의회가 제주 아트플랫폼 사업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예술인 19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실적을 요구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도의회와 도내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안창남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지난달 제주도에 문화예술인 19명에 대한 5년 치 보조금 지원과 정산 현황 자료 제출을 비공개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달 30일까지 제주도문화예술재단과 제주영상산업진흥원이 이들 예술인을 상대로 지원한 보조금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안 위원장이 요구한 자료 제출 대상이 지난달 21일 아트플랫폼 사업 관련 의견서를 도의회에 제출한 문화예술인이라는 점이다.

도의회 문광위가 지난달 23일 아트플랫폼 사업 반대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상정해 채택한다는 소식을 사전에 접한 이들 문화예술인 19명은 안건 상정 보류와 현장 의견 수렴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내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와 관련 이날 성명을 내고 "안 위원장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예술인들을 특정해 보조금 정산 내용을 요청한 것은 명백한 블랙리스트 작성 시도이자 아트플랫폼 찬반 논쟁과는 무관한 불법 사찰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아트플랫폼과 관련해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지만 이와 별개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예술인을 특정해 지원 사업 내용을 파악하려는 것은 그 자체가 반문화적이며 반민주주의 행태"라며 "안 위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도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단법인 제주민예총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제주판 블랙리스트 작성을 시도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사과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문광위가 내부적으로 논의하던 '아트플랫폼 조성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문 채택'이 어떠한 경위로 외부에 알려져 지역 예술인이 사전에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게 됐는지, 정보가 새어 나간 경위를 추적하기 위해 도에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대부분 공모를 통해 보조금을 받는다"며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이들 예술인에게 의견서 작성과 제출에 대해 불합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당한 의정활동을 블랙리스트 작성 시도라고 깎아내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현재 도의회 감찰 부서에서 상임위 내부 안건 상정 논의와 비공개 자료 요구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은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해 독립영화관과 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매입 비용 100억원에 리모델링 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100억원 규모의 기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계약금 1원·계약 해지 시 손해배상비 20억원' 조건의 불공정 계약이 체결되는 등 졸속 추진 논란이 계속되면서 4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