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명부 적었다"vs"모두 써야"…방역수칙 강화에 곳곳 혼선

야구장 치맥·도서관 도시락도 금지…"아쉽고 불편하지만 지켜야"

5일 정오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백반 음식점에 동료 사이인 직장인 3명이 들어섰다.먼저 들어온 1명이 출입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뒤 그 옆에 '외 2명'이라고 쓰는 사이 나머지 2명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도입, 이날부터 본격 시행되는 기본방역수칙에 따르면 이들처럼 출입명부에 대표자 한 명만 작성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용자와 함께 업주도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업주 1명이 조리와 서빙을 도맡아 하는 이러한 소규모 음식점에서 업주가 손님이 출입명부를 제대로 작성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백반 음식점 업주는 "오늘부터 모든 손님이 명부를 작성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정신없이 일하면서 손님들에게 자세히 안내하기는 아주 버겁다"며 한숨 쉬었다.

인근 다른 음식점 업주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직원을 줄이고 혼자 근무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리면 명부를 제대로 썼는지 살펴볼 수 없다"며 "억울하게 과태료를 물어야 할 상황이 벌어질까 봐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기본방역수칙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관리자·종사자·이용자에게 적용되는 새 지침이다.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게시·안내, 출입자 명부 관리, 주기적 소독·환기 등 기존의 4가지 수칙에다 음식 섭취 금지, 유증상자 출입제한, 방역관리자 지정 등 3가지가 새로 추가돼 총 7가지로 이뤄져 있다.

수칙 개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식당·카페 등 음식 섭취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과 음식을 판매하는 부대시설 외에는 음식을 먹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기존 수칙도 강화됐다.

이에 따라 경기장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며 '치맥'을 기대했던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부산에 거주하는 한 롯데 야구팬은 "오는 9일 사직구장 첫 경기에 갈 예정인데 야외 공간인 야구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지 못 하게 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휴게실 등에서 제한적으로 취식을 허용해온 도서관도 이날부터 취식이 금지됐다.

대구 한 시립도서관의 휴게실에는 곳곳에 '취식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도서관 관계자는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은 열람실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시락이나 간식을 싸 와 휴게실에서 먹곤 했는데 오늘부터 취식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취업준비생은 "도서관에서 오래 공부하게 되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데 싸 온 간식 정도라도 먹게 해주면 일부러 편의점이나 외부 식당에 가는 시간이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기본방역수칙 시행 첫날 곳곳에서 이러한 불편과 불만, 아쉬움이 터져 나왔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날 점심시간대 대전시청 인근 식당가를 찾은 한 시민은 "최근 대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데 나라도 방역 당국의 지침에 잘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행 중 한 사람만 출입명부를 작성하던 것에 비하면 귀찮기는 하지만 방역 차원에서 협조했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갈비 음식점 입구에는 "출입명부 개개인 작성입니다.

4월 5일 시행, 불이행 시 과태료 10만 원"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출입명부 옆에 놓였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이전부터 방문자 전원 명부 작성을 원칙으로 했지만,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소식에 안내문을 마련했다"며 "손님들도 대체로 협조적인 태도로 방역 수칙을 따라줘서 고맙고 다행"이라고 전했다.(김솔 김준호 차근호 최종호 한무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