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인천 어린이집 일부 교사, 안내문자에도 검사 안받아

첫 안내문자 통보후 나흘 지나 검사…감염 확산 가능성
"3∼4살 아이들은 무슨 죄"…지역사회 불안감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인천 한 어린이집 교사 중 일부는 수일 전 검사 안내 문자를 받고도 진단을 미룬 것으로 드러났다.5일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어린이집 소속 교사 A씨 등 3명은 지난달 23일 인천시 연수구 한 치킨 음식점에 방문했다.

이후 방역 당국은 해당 음식점에서 집단감염이 나타나자 지난달 31일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 '3월 23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해당 음식점 방문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알렸다.

A씨 등이 해당 음식점을 방문한 시간도 오후 7시부터 10시 사이였다.그러나 A씨 등은 어린이집에서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전날까지 약 4일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아 감염 확산을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 등은 해당 문자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이들 교사의 코로나19 검사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 고의성이 밝혀질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어린이집 관련 첫 확진자로 알려진 보조교사 B씨가 지난달 19일부터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것에 대한 책임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곳 어린이집과 관련해 이날까지 교사 9명과 원생 8명을 포함해 1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추홀구에 사는 B씨가 전날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전수 검사 등을 거쳐 교사와 원생 등 1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교사들과 접촉한 가족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 현재 어린이집 관련 누적 감염자는 19명이 됐다.

방역 당국은 양성 반응이 나온 만 2세∼4세 원생들을 부모와 동반한 상태로 국가지정치료병상이나 생활치료센터로 나눠 긴급 이송했다.

또 음성으로 판정된 나머지 원생 30여명을 자가격리하고 해당 어린이집을 잠정 폐쇄했다.

확진자 중 원장 C(51·여)씨는 전날 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숨졌다.

그는 사망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C씨는 당초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검사를 미뤘고, 한밤중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집 집단감염과 함께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2층짜리 어린이집 건물의 출입문과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으며 평소 뛰어노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해야 할 놀이터는 썰렁했다.

집단감염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해당 어린이집을 지나갈 때마다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인근 주민 지모(37)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는 이미 집단감염 소식이 대부분 공유됐다"며 "어린 원생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학원가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한 주민(42)은 "3∼4살짜리 아이들은 무슨 죄냐"며 "집단감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리 소홀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연수구 관계자는 "임시 선별검사소를 마련해 지역 내 280여개 어린이집에 소속된 교사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속한 역학조사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