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사외하청까지... 불법파견 판결 줄줄이 대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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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생산공정’에만 불법파견... 이젠 옛말직접 생산공정에서 주로 문제 되던 불법파견이 간접공정, 사외하청까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사건들이 줄줄이 대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법부의 ‘노동 존중’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마다 제조업계는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간접공정 이어 사외 하청까지 줄줄이 불법파견
사법부의 ‘노동 존중’ 기조에 제조업계는 한숨만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중에서 업계, 학계, 법조계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만 꼽아 봐도 현대제철, SK텔레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 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현대모비스 사건은 ‘사외 하청’까지도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아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6일 자동차부품업체 현대모비스의 수출용 제품 품질 검사업무를 수행하던 외주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다. 2019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과 같은 내용이다.
수출용 자동차 부품의 포장을 현대모비스로부터 외주 받은 포장전문업체들은 자신들의 자체 공장에서 포장 업무를 해 왔다. 그런데 이 공장에는 수출용 부품의 품질 검사를 담당하는 품질관리업체 직원들이 와서 같이 근무했다. 품질관리업체 역시 현대모비스의 외주 하청업체였다.수출용 자동차 부품 품질 검사 업무를 담당하던 품질 관리 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현대모비스 직원으로부터 업무상 지시를 받는 등 사실상 현대모비스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서울고법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비록 현대모비스 작업장이 아닌 포장 전문 업체가 보유한 작업장에서 일했지만, 업무 수행 방식이 현대모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봤다. 현대모비스 직원이 포장전문업체 작업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했고 이메일,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한 점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업무상 지휘·명령이 협력 업체(품질 관리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 구체적으로 이들 근로자에게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현대모비스 측에서는 직접 생산 공정도 아니고 별도의 분리된 장소에서 수행된 작업이라는 점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비록 현대모비스의 직원들이 품질 검사 근로자들과 포장전문업체 작업장에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업무지시를 내린 점 등을 볼 때 이들 품질 검사 담당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현대모비스 품질팀 직원들과 공동 작업을 했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주요 불법파견 사건에는 현대제철과 SK텔레콤이 더 있다. 2019년 9월 광주고법은 현대제철이 ‘MES(생산관리시스템·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라는 전산시스템으로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업무 수행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이 ‘지휘·명령’에 해당한다며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곧이어 2019년 11월 서울고법은 SK텔레콤이 계열사 근로자를 전출 받아 사용한 것을 두고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다.한편 현대차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이 1심 판결을 뒤집고 불법파견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9년 8월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간접 공정’까지 불법파견을 인정하자 당시 노동계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이 이들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를 두고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계는 긴장하는 기세가 역력하다. 대법원이 ‘노동 존중’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미 대법원에서 2019년 최종 판결이 난 도로공사 사건, 대법원까지 가지 않고 합의 취하된 세이브존 사건을 제외하고도 현대차, 기아차 등 하급심에 계류 중인 사건도 많다.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이 불법파견을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