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경각심에 인천 어린이집 감염 확산…애들만 생고생

일부 교사 검사안내문자 무시하고 출근…치킨집 방문객 명단관리 부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과 관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늘어나면서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6일 인천시에 따르면 연수구 모 어린이집 관련 확진자는 이날 원생 3명, 가족·교사·지인 11명 등 14명이 추가돼 모두 33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 33명 중 만 2∼4살에 불과한 원생은 11명에 이른다.

이번 사례를 놓고 방역 수칙 준수에 대한 느슨해진 경각심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우선 보육교사 일부는 검사 권고 안내 문자를 받고도 검사를 받지 않은 채 확진 전까지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 교사 등 3명은 지난달 23일 인천시 연수구 모 치킨집을 방문했다.

방역 당국은 해당 음식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3월 23일 오후 7∼10시 이 음식점 방문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31일 안전 안내 문자를 전체에게 발송했다.이들 교사는 음식점 방문 시간을 고려했을 때 검사 대상이었지만 어린이집 최초 확진 사례가 나온 지난 4일까지 평일 출근을 계속했다.

이들은 해당 문자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안내 문자에 따라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조치됐다면 원생 감염 확산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사실 이 어린이집에서는 최초 확진자인 보조교사 A씨가 지난달 19일부터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후 다른 교사와 원생들까지 5∼6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동네 병원에 다니는 등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나왔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만 해도 기침·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휴무를 권고하거나 자발적인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무디어진 '참여 방역'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 어린이집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린이집 집단 감염의 빌미가 된 연수구 치킨집에서도 방문객 명단 작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역 당국이 확진자 방문 시간대에 함께 있던 손님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달 28일 치킨집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은 어린이집 외에 인근 코인노래방으로까지 확산하면서 6일 현재 총 관련 확진자가 56명까지 늘어났다.

어른들의 방심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원생 확진자들은 모두 2017∼2019년생으로 만 2∼4살에 불과한데 확진 판정 후 영문도 모른 채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긴급 이송된 뒤 부모 중 1명과 함께 격리된 실정이다.

연수구 내 280여개 어린이집도 6∼8일 보육교사 전수검사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수구는 보육교사 검사 시행에 따라 보육 공백 발생 등의 우려가 있어 가정 보육이 가능한 가정은 어린이집 등원을 자제해달라고 학부모에게 협조를 구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유증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육교사가 검사 없이 다수와 접촉해 지역사회로 전파된 사례"라며 "본인은 물론 병·의원도 의심 환자에게 적극적인 선제 검사를 권유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현재 역학적 연관성이나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무료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시는 보건소와 병원 선별진료소 외에 무증상 감염원 차단을 위해 임시 선별검사소 6곳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