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자취감추는 청주 생태공원…이번엔 미국가재 출몰 '비상'

올챙이 등 먹어치우는 생태계 교란생물…시민제보로 22마리 포획
환경청, 통발 6개 설치해 서식 실태 확인 후 퇴치작업 등 펼 예정

택지개발 등으로 서식지를 잃은 두꺼비 보호를 위해 조성된 청주 산남동 두꺼비 생태공원에 비상이 걸렸다.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가재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두꺼비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6일 금강유역환경청은 이 공원 경계 지점에 서식하는 미국가재를 발견, 이 중 22마리를 포획했다고 밝혔다.

환경청은 지난달 16일 이곳에 미국가재가 있다는 시민 제보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서 연이어 미국가재를 붙잡았다. 잡식성인 미국가재는 1990년대 초 주한미군이 관상용 또는 식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 적응력이 강한데다 물고기, 곤충 등은 물론 동족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포식성 때문에 2019년 10월에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됐다.

2018년 영산강과 만경강 유역에서 서식이 확인된 바 있지만, 청주에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공명식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총괄팀장은 "누군가 관상용으로 키우던 미국가재를 자연 방사하면서 공원 주변으로 유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가재가 두꺼비알이나 올챙이 등을 마구 잡아먹으면서 두꺼비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이 공원은 2006년 청주 산남3지구 택지개발사업 당시 구룡산에 서식하는 두꺼비 보호를 위해 조성됐다. 원래 두꺼비 산란지였던 원흥이방죽이 있던 자리다.

그러나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도로 등이 들어서면서 두꺼비들은 생존을 위협받기 시작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는 이른 봄 산란하기 위해 공원 안 습지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도로를 건너던 중 로드킬 당하거나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원 안 두꺼비 개체 수는 2016년 102마리, 2017년 68마리, 2018년 37마리로 격감하다가 지난해 43마리, 올해 84마리로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러던 중 미국가재 습격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공 팀장은 "미국가재가 공원 안에서 발견된다면 수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꺼비 알이나 올챙이는 물론 성체까지도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청은 이날 미국가재가 공원 안 수생태계를 얼마나 장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6개 지점에 통발을 설치했다.

통발에서 미국가재가 채집되면 국립생태원 정밀조사를 거쳐 퇴치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주변 하천에도 미국가재 서식 가능성이 커 앞으로 2주 동안 무심천, 미호천 등 일대 3개 하천 14개 지점에 통발을 설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