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어린이집 '설거지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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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유통…衣·食·住 벤처가 뜬다세척 스타트업 뽀득을 설립한 박노준 대표의 창업 아이디어는 ‘귀차니즘’에서 출발했다. 삼시세끼 밥을 먹을 때마다 꼭 해야 하지만 막상 하려면 귀찮은 설거지를 대신 해주는 일을 사업화했다. 관공서 등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대형 사업장과 올해에만 50억원 규모의 사업 계약을 맺었다. 올해 100억원을 매출 목표로 잡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13) 세척 스타트업 '뽀득'
식기 수거해 세척 후 배달
수도권 300여곳에 서비스
뽀득의 사업 구조는 간단하다. 구내식당, 어린이집 등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뽀득이 배송차량으로 식기를 수거한 뒤 깨끗이 세척해 다음날 배달해준다.
수거된 식기를 실은 차량은 경기 광명의 뽀득 ‘세척 허브’로 모여든다. 하루에 최대 24만 개 식기를 닦는 660㎡ 규모의 ‘설거지 공장’이다. 이곳에서 식기를 물에 불리는 일부터 세척솔을 사용하는 1차 세척, 고온의 물을 강하게 쏘는 2차 세척, 건조, 살균, 포장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박 대표는 “단계마다 균이 남아 있는지 등을 정밀 검사한다”며 “수도권 전역의 기업 300여 곳이 매일 뽀득의 식기 세척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고려대 사범대학 동기인 태경재 이사와 뽀득을 공동 창업했다. 자취를 하던 두 대학생에게 가장 성가신 집안일은 설거지였다. 이사와 청소 등은 대행 서비스가 많았지만 설거지는 대신 해주는 곳이 없었다. 직접 해보기로 했다. 2016년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설거지 대행 서비스 게시글을 올려 이용객을 모집하고, 학교 앞 식당 주방에서 쌓인 식기를 밤새 닦았다.인기는 가파르게 올랐다. 그럴수록 사람의 힘으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기 다른 식기를 매일 수백 개씩 설거지하려면 인력이 필요했다. 며칠째 방치된 식기의 묵은 때를 벗기는 것도 일이었다. 소비자들은 설거지에 비싼 돈을 들이려 하지 않았다. 2018년 식기세척기를 여러 개 모아놓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고안한 게 설거지 공장이다. “식기 규격을 통일하고 세척 과정을 자동화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맞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국내에 없던 세척 공장을 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 대표가 나서서 LS일렉트릭(구 LS산전)의 스마트팩토리 멘토링 프로그램을 듣고 LS일렉트릭과 함께 공정을 짰다. 그렇게 지난해 광명 세척 허브가 문을 열었다. 당시 멘토였던 최정일 전 LS일렉트릭 전자·자동화부품 공장장은 뽀득에서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장례식장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