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인' 김태현, 여고생에 신음소리 전송…전과 3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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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시신 옆에서 사흘간 생활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남)의 과거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인들 "분노조절장애로 보이는 모습 목격"
김태현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7일 김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해 사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그가 평소 음란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경찰은 김씨가 초현실적 능력으로 성적 대상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음란물을 평소 자주 시청한 것과 관련, 이 같은 행동이 범행 동기와 관련이 있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김씨는 이번 범행을 저지르기 전 성범죄를 포함한 전과가 3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신음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여고생에게 수차례 전송했다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지난달 10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앞서 지난해에는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훔쳐본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또 미성년자였던 2015년에는 성적 욕설을 해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김씨 지인들의 증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씨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었다는 전직 PC방 업주는 "김씨가 성실한 태도로 일해 신뢰했는데 PC방 현금을 수차례 훔친 사실이 드러나 깜짝 놀랐고, 때때로 욱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증언했다.학창시절 동창들은 김태현에 대해 "착한 친구였지만 장난을 치다가도 욕을 하고 화를 냈다"라며 "그런 부분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또 김태현이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도 일이 자기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화를 냈으며, 분노조절장애로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김태현이 범행 후 시신 옆에서 사흘간 생활했던 것에 대해서는 "성취감에 도취됐던 상태였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충격을 줬다.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사건은) 애정을 가장한 연쇄살인"이라며 "(스토커들에게는)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스토킹이 무서운 건 대상이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심지어 죽여서라도 소유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김태경 교수는 "자포자기해서 발각될 때까지 시신 옆에서 성취감을 느꼈을 가능성, 사냥에 성공한 뒤 느긋하게 승리감에 도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해의 경우 스스로 벌주기 위해 상처를 냈거나, 고도로 흥분해 스스로 진정시키기 위해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태현이 세 모녀를 모두 살해한 데 대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보인다. 사전 답사로 그 집에 여성만 3명 살고 있는 걸 확인했을 것"이라며 "드러난 정황만 볼 때 사냥감인 큰딸을 기다리면서 방해물을 제거하듯 여동생과 어머니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30분쯤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큰딸 A씨(25) 집에 택배 기사를 가장해 침입한 뒤 혼자 있던 작은딸과 5시간 뒤 집에 들어온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 그는 약 한 시간 뒤 마지막으로 귀가한 A씨마저 살해했다.
김태현은 사건 당일 피해자 자택에 침입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급소'를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김태현은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무르며 시신을 옆에 두고 밥과 술을 먹는 등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목과 팔목, 배 등에 흉기로 수차례 자해를 시도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