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4M서 경쟁사 압도…친환경·안전 등 非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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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LS전선 CTO
국내 유일 전선 R&D 연구소 운영
전기차용 고전압 권선 현대차 공급
풍력·태양광서 전장으로 수주 확대
케이블산업 디지털 전환…기술 우위
전기차 대중화 땐 충전 케이블 필수
원픽 시스템으로 온라인 판매 구축

▷케이블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것이 필요합니까.“사람(man), 기계(machine), 제조방식(method), 원자재(material)를 아울러 4M이라고 부릅니다. LS전선은 우수한 인력,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저 케이블 생산시설인 강원 동해 사업장, R&D를 통한 선진 기술력, 고품질 원자재 등을 통해 4M에서 경쟁사를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제조업에서는 원가 절감을 통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했죠. LS전선은 에너지 효율, 친환경, 안전 등 비가격 경쟁력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LS전선의 비가격 경쟁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결국은 기술력이 더 높다는 얘기로 통합니다. 한국에서 전선 연구소를 운영하는 회사는 LS전선이 유일합니다. 그 결과 다른 업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여럿 내놨습니다. 아이체크 케이블이라는 제품이 그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전선이 복잡하게 깔려있으면 어떤 전선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파악하기 어렵죠. 아이체크 케이블은 전선 표면에 특수기호를 인쇄해 이를 리더기로 인식하면 각 전선이 언제 제조됐으며 어디로 통하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전선에 부착하는 센서도 개발했어요. 선로 진단기술을 통해 전선의 잔여 수명을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수작업하던 일을 디지털로 전환(DX)한 것이죠.”▷가장 중점을 두고 공략 중인 시장은 어디입니까.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디지털입니다. 최근 해저 케이블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22.9㎸급 수중 케이블을 개발해 고흥 남정수상태양광 발전소에 공급했습니다. 또 전기차 구동모터용 800V 권선을 개발해 현대차·기아에 납품하기도 했고요. 빅데이터와 5G 등 디지털산업이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 데이터와 전력을 동시에 보낼 수 있는 장거리 PoE 케이블과 해킹방지용 광케이블 등을 출시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2008년께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발전용 케이블의 특징은 육지와 해상 등 야외에서 쓰인다는 것입니다. 케이블이 조류, 바닷물 속 염분에 손상되거나 저온·고온에 노출됩니다. 열, 자외선, 부식물질을 견딜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구동모터용 권선은 어떻게 개발했습니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기차가 강한 힘을 내려면 더 높은 전력이 필요하겠죠. 동시에 차체의 무게가 가벼워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고전압 전선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전력이 강해지려면 전류나 전압을 높여야 하는데 전류를 높이면 전선이 굵어져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고전압에 걸맞은 절연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현대차·기아에 독점 납품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전장 사업 어떻게 확장할 계획입니까.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5가 DC(직류) 800V 수준의 전력을 내는데 전기차 트럭이 상용화되면 1000V 1500V 차량도 등장할 겁니다. 이에 따라 더 강한 전압을 견딜 수 있는 전선이 필요합니다.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또 전기차가 대중화하면 충전시스템이 더 많이 필요하겠죠. 고속충전 시스템과 그에 맞는 케이블을 올해 내놓을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각 부품을 연결해주는 하네스 모듈 개발도 한창입니다.”
▷코로나19로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회사가 많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지난해 원-픽 시스템이라는 온라인 판매체계를 국내에 구축해 영업 효율이 높아졌습니다. 이전까지는 고객사에서 이메일이나 팩스로 주문서를 보내오면 이를 확인한 뒤 제품을 발송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을 수 있습니다. 재고 유무와 예상 제조기간도 확인할 수 있고요. 실시간으로 주문 조회가 가능해 발송 여부도 알 수 있습니다. 해외에 이 시스템을 확장할 방침입니다.”
▷전선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국내 전선시장은 아주 유망합니다. 한국의 1인당 소비전력은 평균 1만㎾h로 유럽·중동 등의 최대 5분의 1 수준입니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도 더 많은 전력을 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전선이 더 많이 사용되죠. 해외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전기차,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은 세계적인 트렌드이기 때문입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