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박에 옥수수 관세 0%…이게 다 중국 돼지 때문? [강진규의 농식품+]

작년 가뭄에 연이어 폭풍 피해를 받은 미국 아이오와주 옥수수밭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수입 옥수수에 붙는 관세를 한시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 원료구매자금 대출 금리도 인하하고 계란 수입량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옥수수 관세 3 → 0%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식용 옥수수의 수입 관세를 3%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 최대 128만톤까지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수입되는 옥수수는 국내에서 전분과 전분당 원료로 사용된다. 82만1000톤의 전분 및 전분당 중 69%가 옥수수로 만들어진다. 이는 제과·제빵·음료·물엿·주류 등 식품과 제지·골판지 등 비식품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정부는 앞서 대두박과 사료용 옥수수 등의 관세를 철폐한 데 이어 식용 옥수수까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찹쌀과 깨 등 다른 곡물의 경우는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옥수수 관세를 없앤 것은 국제 옥수수 가격이 올들어 폭등하고 있어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옥수수 선물가격은 지난 1년간 57.75% 올랐다. 미국의 농업 관련 예측기관 애그리소스에 따르면 올해 초 5달러를 넘어선 옥수수 1부셸(27.2kg)당 가격이 여름께 7~8달러까지 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 곡창지대인 아이오와주에서 지난해 가뭄과 태풍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 돼지 때문에 곡물가격 상승?

사진=연합뉴스

중국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옥수수 수요가 급증해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옥수수를 돼지 사료로 많이 쓴다. 돼지고기는 중국 요리 대부분에 사용되는 핵심 식재료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중국을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돼지 사육량이 크게 줄었다. 옥수수 수요도 감소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옥수수 농장에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없앴다. 중국 내 옥수수 농장들은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사정이 바뀌었다. ASF가 잠잠해지자 다시 돼지 사육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이에 따라 사료 수요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국내 생산 기반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은 옥수수 수입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체 생산량이 다시 회복되기 전 까지는 수입 옥수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의 식품 공급 현황에 따라 국제 가격이 들썩이는 현상은 종종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중국의 소고기 소비가 늘자 국제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곡물 수입 자금 금리도 낮춰

이날 정부는 관세 인하와 함께 물가 관련 각종 제도 개선안도 내놨다. 국내 식품업계 요청 사항이었던 국제곡물 국내 신속 통관을 위해 지난달 8일부터 선상 검체 채취 및 수입신고확인증 우선 교부 등 수입 절차를 개선해 시행중이다.

기존에는 선박 입항 후 하역 작업을 진행한 후 검체 채취를 했지만 이제는 채취와 검사가 이뤄진 후 하역하고 있다.

업계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도 인하한다. 사료업체의 원료 구매 자금과 식품외식종합자금 금리는 2.5~3.0%에서 2.0~2.5%로 낮춘다.

정부는 또 이날 '국제곡물 자문위원회'는 ‘국제곡물 수급대책위원회’로 격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곡물 동향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