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백신 접종률 높이려 온갖 수단 동원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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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백신 외교에 강압적 접종“밥줄이 걸려 있으니 맞으라면 맞아야죠.”
인권 침해·부작용 우려는 무시
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hkang@hankyung.com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중국어학원 강사 A씨는 “원장이 강사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산 백신은 효과도, 부작용도 명확하지 않아 안 맞겠다던 그다.중국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강제적 조치를 동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6일 기준 중국의 백신 접종 횟수는 1억4280만 회. 절대적인 수치로는 적지 않지만, 인구 100명당으로 환산하면 10회로 세계 1위인 이스라엘(117회)과 미국(49회) 등에 크게 뒤진다.
중국 정부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1차 목표로 ‘6월 말까지 인구의 40%(약 5억7000만 명)에게 1회 이상 접종’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선 앞으로 남은 석 달 동안 하루평균 700만 회 이상 접종해야 한다. 지난 2주간 평균인 460만 회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9200만 공산당원과 국유기업, 은행 등에 백신 미접종자의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상점과 학원 등 대중 접촉이 많은 사업장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매일 두세 차례 사업장에 찾아와 백신 접종 상황을 점검하고,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들을 출근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중국이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접종률을 높이려는 데는 내년 2월 예정된 베이징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정상 개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 정부는 제때 집단면역을 형성하지 못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올림픽 불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동안 국내외에 자랑해왔던 ‘방역 성공’이 신기루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중국산 백신을 각국에 무료로 제공하면서 국제사회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백신 외교’도 이유로 꼽힌다. 중국 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마당에 외국에 백신을 제공해봐야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상당히 많은 중국인이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지난 2월 저장성에서 의료진 7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선 42%만이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상하이의 일반인 180만 명 대상 설문에서도 접종 의향 답변이 절반에 그쳤다.
중국은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과 후베이성의 실제 감염자 수를 축소 발표해 국내외의 비난을 샀다. 중국인들이 중국산 백신을 믿지 못하는 것도 여전히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건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