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동산 선거"…LH로 시작해 내곡동·엘시티로 끝났다

선택, 4·7 재보선

서울·부산시장 선거

투표 한달 앞두고 3기 신도시 LH사태로 선거판 요동
與, 투기 척결 외치며 야당 후보 부동산 의혹 부각
野, 부동산 실정 파고들며 '앵그리 중도' 표심 끌어내
< 부산 옷가게에서… > 7일 부산 대창동 파크랜드 부산중앙점에 마련된 중앙동제2투표소에서 부산 시민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파문으로 선거판은 요동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기간 투기세력 척결을 내세우며 파장을 축소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동시에 야당 후보의 부동산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함께 불공정 문제를 부각하며 ‘중도층’을 공략했다.

부동산 사과문 내놓은 與

민주당은 투표일이 다가오자 ‘부동산 반성문’을 잇달아 내놨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바로 전날에는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집권 여당으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께 사과드려야 마땅하다”며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 위원장의 사과 다음 날 대국민 성명을 내고 “LH 사태를 계기로 불공정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생활 적폐의 구조적 뿌리에는 개혁이 접근하지 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며 “민주당이 책임지고 부동산 안정과 주택공급을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부·여당은 LH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공직자 투기 방지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론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추진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에 따른 부당이익 몰수를 소급적용하는 법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 서울 자동차 대리점에서… > 4·7 재·보궐선거일인 7일 서울 능동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野, 文 정부의 부동산 실정 부각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파고들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중도층에 외면을 받은 국민의힘은 부동산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앵그리 중도’의 표심을 끌어내는 전략을 펼쳤다.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부동산 문제에 더욱 화력을 집중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 일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지역구인 경기 광주 땅에 투자해 최대 10배 이상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 핵심 인사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은 ‘임대차 3법’ 시행 전 임대료를 대폭 올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유승민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일자리와 집 문제가 해결 안 되니 (2030세대가) 결혼하고 아이 낳는 건 꿈도 못 꾼다”며 “그런 젊은이들의 눈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의 위선과 거짓은 역겹다”고 비판했다.

선거 직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19.1%나 급등하면서 국민의힘은 부동산 공시가격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에게 더 가혹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멈추고 부실 공시가격 실태조사에 전국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與 ‘부동산 역공’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부동산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공공 임대주택 30만 가구 공급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약속했다. 오 후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억눌러 놓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공약으로 차별점을 뒀다.국민의힘의 부동산 공세에 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특혜 보상 의혹,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 등 부동산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반전을 꾀했다. 박 후보 캠프의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선거 당일 라디오에 출연해 “투기꾼을 막지 못했다고 투기꾼을 찍을 순 없는 일 아닌가”라며 “도둑놈을 못 잡았다고 도둑놈을 주민의 대표로 뽑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