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송교창(25·198㎝)이 프로농구 사상 첫 '고졸 출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는 감격을 누렸다. 송교창은 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상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아본 게 처음이다.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살면서 최고의 하루가 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MVP 투표에서 송교창은 총 107표 중 92.5％에 달하는 99표를 받아 강력한 수상 후보 허훈(부산 kt)을 누르고 MVP를 거머쥐었다.
더불어 베스트 5에도 이름을 올려 2관왕을 달성했다.
송교창은 MVP 투표 결과에 대해 "이렇게 차이가 크게 날지 몰랐다. 표 차이가 안 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KCC가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데에는 공수 양면에서 빛난 그의 활약이 있었다.
송교창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53경기에서 평균 31분 26초를 뛰며 15.1득점 6.1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해 국내 선수 득점 2위, 리바운드 2위에 올랐다. 2015-2016시즌 데뷔 후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정규리그 경기에 나섰고,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평균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을 쓰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한 송교창은 이로써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고졸 출신 MVP'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 대신 프로행을 선택한 그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KCC에 지명됐다.
고교 졸업 선수가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선발된 건 2005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한상웅이 서울 SK에 전체 3순위로 지명된 이후 송교창이 10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일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고졸 출신으로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송교창은 "피지컬이 부족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
외국인 선수의 존재가 스트레스이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마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간 송교창은 어느덧 팀의 주축이 됐고, 데뷔 6년 차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아무도 이룬 적이 없는 새 기록을 쓴 그는 뒤를 쫓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송교창은 "(고졸로 프로에)나오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다.
성장할 자신이 있다면 나오는 것이 맞다.
대학이 맞는지, 프로가 맞는지 의견을 낼 수는 없지만, 선택을 잘해야 한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기회를 기다리면서 운동을 하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KCC와 송교창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노리는 KCC는 이제 4위 고양 오리온과 5위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이상 5전 3승제)에서 맞붙는다.
송교창은 "농구선수로서 최고의 목표는 파이널 MVP다.
그러지 못하면 정규리그 MVP의 의미가 떨어진다.
챔피언을 목표로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기자회견에 앞서 수상 직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송교창은 고마운 이들을 떠올리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우승을 하고 MVP 상을 받으면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 안타깝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오래 기억하겠다"는 말과 함께 구단 관계자와 동료, 팬들, 가족, 그리고 다른 9개 구단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