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쓰나미'에 날개꺾인 박영선…암중모색 들어갈듯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함에 따라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본선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두 차례의 도전에 이은 첫 본선 진출에서 첫 여성 서울시장을 야심차게 꿈꿨으나 정권 심판론의 쓰나미에 밀려 맥없이 주저앉았다. 당분간은 내상을 치료하며 잠행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방송기자 출신인 박 후보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4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첫 여성 정책위의장, 헌정 최초의 여성 법사위원장·원내대표 등의 화려한 기록을 써내려왔다. 2019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을 지원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벤처·중소 기업 어려움 해결에 발 벗고 나섰고, 당시 호평을 발판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는 박 후보로서는 정치적 체급을 단박에 키울 기회이기도 했다. 역대 서울시장이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왔다는 점 등에 비춰 이번에 유리천장을 깨며 첫 여성 서울시장 타이틀을 거머쥘 경우 차기 대권주자를 노릴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만 해도 박 후보가 인지도 등에 힘입어 야권 후보들과의 격차를 좁혀가면서 당내에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변창흠표 공급대책으로 겨우 진정됐던 부동산 민심을 들쑤시면서 정권심판론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고, 판세는 야권의 절대적 우위로 급변했다. 박 후보는 당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하며 개인 역량을 총동원하는 한편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읍소 전략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에 안간힘을 썼지만 등 돌린 민심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패배는 박 후보 개인의 '실책'보다는 심판론과 맞닿아있는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의 암중모색기를 거쳐 내년 서울시장 선거 재도전 등 정치 재기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 측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분간은 쉬면서 선거 기간 도운 사람과 주변인들을 만나는 한편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과 개인에 대한 평가 등을 청취할 예정"이라며 "정치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