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부동산 규제책 계속 들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입력
수정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서울은 물론 부산시장 선거운동 중반부터 땅투기, 고가(高價)주택 매입 의혹 등 오로지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바람에 기자도 개인적으로 거의 관심을 꺼버렸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지방 재·보선이라 그랬는지 투표일도 금세 다가왔고, 선거 결과도 너무 일찍 싱겁게 나왔다.
부산은 몰라도, 박원순 전 시장이 거의 10년간 시정(市政)을 이끈 서울시의 변화는 상당할 것이다.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 25개 서울 구청장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란 반론도 없지는 않다. 한편에선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서울시 재정이 투입·지원된 각종 사업과 이권에 관련된 인사들이 하나둘 알아서 짐싸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民心)의 향배를 액면 그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민주당 후보를 30~40% 밖에 지지하지 않은 민심의 정체를 파고들지 않고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대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앞에선 '공정'을 외치고 뒤로는 호박씨 까는 '내로남불' 정권, 수사(修辭)와 구호만 화려할 뿐 허점투성이인 각종 경제·사회정책들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역시 집값 급등과 전세난을 불러온 부동산 실책(失策)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 보는 게 맞다.문제는 선거운동 기간 마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꿀 것처럼 떠들고 표를 읍소하던 민주당이 과연 기존 부동산 정책의 골간을 흔들 의지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종국적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고, 시장을 차갑게 냉각시킬 재료는 뭐니뭐니해도 부동산 보유세다.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양도소득세나 취·등록세 규제는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주고 매물 출회 등에 영향을 미칠 뿐, 부동산 경기를 움직이는 큰 흐름의 저류(低流)는 보유세라고 봐야 한다. 이미 끓어오른 관성을 바꾸기 어려워서 그렇지, 보유세 인상 만큼 주택 보유자를 강력하게 옥죄는 수단은 없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집값이 체감하기로는 거의 3~4년간 '더블'로 뛴 바람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에 찍힐 세액의 크기는 이미 유주택자들을 단단히 긴장시켜 놓았다. 결정적 한방이 바로 정부가 말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즉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인상이다. 종부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지렛대를 살짝 건드리니 다락 같이 오른 집값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세금고지서 열어보기가 겁부터 날 지경이다. 기자가 사는 집의 공시가격도 올해까지 최근 3년간 87.9% 급등해 어떻게 세금 납부액을 마련해야 하나 머리가 지끈거린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미 서울 강남 일대에선 은퇴한 이자소득 생활자, 수입·지출이 빠듯한 중산층들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가고, 강남 집은 전월세(일부 전세+일부 월세)로 놓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데에도 이런 전세매물 증가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강남 집을 팔고 강남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국내 부동산시장, 주택시장의 열기를 식혀줄 결정적 한방인 것이다.
한편으론 이른바 '퍼주기' 복지정책과 코로나 재난지원금 때문에 2000조원에 육박한 나랏빚(국가부채) 문제를 늘어난 부동산 관련 세금(국세 기준)이 조금이나마 숨통 틔워줄 수 있다. 작년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이 납부한 법인세가 16조원 넘게 급감했지만, 부동산 비중이 큰 양도세 수입이 23조6000억원, 종부세 수입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0%씩 늘었다. 이런 국세 수입 없이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 재원을 마련할 수 없고, 코로나 재난지원을 위한 추경 규모를 그나마 줄일 여지 또한 생기는 것이다.이렇게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사실상 인상함으로써 주택시장 안정과 초슈퍼예산 마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과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지방 재·보선에서 졌다고 해서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일까 싶다.투표일 바로 하루 전, 민주당의 홍익표 정책위 의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최소한 3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그의 바람대로라면 서울의 웬만한 집 매매가는 40~50%는 떨어져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1990년대초 일본의 부동신 버블붕괴 때 그랬고, 이런 부실자산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가 리바운드 하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 한국 같으면 외국인 자금이 '코리아 엑소더스'를 하며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규제 일변도 주택정책과 세금 폭탄 등에 수정을 가하겠다는 민주당의 그간 움직임은 그냥 선거용이었을 뿐이란 얘기다. 좀더 집값이 빠지도록 기존 규제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도 마음속 깊은 솔직한 생각을 숨기기는 어려웠나 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부산은 몰라도, 박원순 전 시장이 거의 10년간 시정(市政)을 이끈 서울시의 변화는 상당할 것이다.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 25개 서울 구청장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란 반론도 없지는 않다. 한편에선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서울시 재정이 투입·지원된 각종 사업과 이권에 관련된 인사들이 하나둘 알아서 짐싸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民心)의 향배를 액면 그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민주당 후보를 30~40% 밖에 지지하지 않은 민심의 정체를 파고들지 않고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대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앞에선 '공정'을 외치고 뒤로는 호박씨 까는 '내로남불' 정권, 수사(修辭)와 구호만 화려할 뿐 허점투성이인 각종 경제·사회정책들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역시 집값 급등과 전세난을 불러온 부동산 실책(失策)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 보는 게 맞다.문제는 선거운동 기간 마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꿀 것처럼 떠들고 표를 읍소하던 민주당이 과연 기존 부동산 정책의 골간을 흔들 의지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종국적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고, 시장을 차갑게 냉각시킬 재료는 뭐니뭐니해도 부동산 보유세다.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양도소득세나 취·등록세 규제는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주고 매물 출회 등에 영향을 미칠 뿐, 부동산 경기를 움직이는 큰 흐름의 저류(低流)는 보유세라고 봐야 한다. 이미 끓어오른 관성을 바꾸기 어려워서 그렇지, 보유세 인상 만큼 주택 보유자를 강력하게 옥죄는 수단은 없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집값이 체감하기로는 거의 3~4년간 '더블'로 뛴 바람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에 찍힐 세액의 크기는 이미 유주택자들을 단단히 긴장시켜 놓았다. 결정적 한방이 바로 정부가 말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즉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인상이다. 종부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지렛대를 살짝 건드리니 다락 같이 오른 집값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세금고지서 열어보기가 겁부터 날 지경이다. 기자가 사는 집의 공시가격도 올해까지 최근 3년간 87.9% 급등해 어떻게 세금 납부액을 마련해야 하나 머리가 지끈거린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미 서울 강남 일대에선 은퇴한 이자소득 생활자, 수입·지출이 빠듯한 중산층들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가고, 강남 집은 전월세(일부 전세+일부 월세)로 놓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데에도 이런 전세매물 증가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강남 집을 팔고 강남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국내 부동산시장, 주택시장의 열기를 식혀줄 결정적 한방인 것이다.
한편으론 이른바 '퍼주기' 복지정책과 코로나 재난지원금 때문에 2000조원에 육박한 나랏빚(국가부채) 문제를 늘어난 부동산 관련 세금(국세 기준)이 조금이나마 숨통 틔워줄 수 있다. 작년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이 납부한 법인세가 16조원 넘게 급감했지만, 부동산 비중이 큰 양도세 수입이 23조6000억원, 종부세 수입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0%씩 늘었다. 이런 국세 수입 없이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 재원을 마련할 수 없고, 코로나 재난지원을 위한 추경 규모를 그나마 줄일 여지 또한 생기는 것이다.이렇게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사실상 인상함으로써 주택시장 안정과 초슈퍼예산 마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과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지방 재·보선에서 졌다고 해서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일까 싶다.투표일 바로 하루 전, 민주당의 홍익표 정책위 의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최소한 3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그의 바람대로라면 서울의 웬만한 집 매매가는 40~50%는 떨어져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1990년대초 일본의 부동신 버블붕괴 때 그랬고, 이런 부실자산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가 리바운드 하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 한국 같으면 외국인 자금이 '코리아 엑소더스'를 하며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규제 일변도 주택정책과 세금 폭탄 등에 수정을 가하겠다는 민주당의 그간 움직임은 그냥 선거용이었을 뿐이란 얘기다. 좀더 집값이 빠지도록 기존 규제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도 마음속 깊은 솔직한 생각을 숨기기는 어려웠나 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