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터뷰②] 배니스터 "美주가 이미 최고점…더 오르면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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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배니스터 스티펠 수석 주식 전략가
"올해 10% 주가 조정 어렵지 않은 일"
기후와의 전쟁엔 값비싼 대가 불가피
한국·중국·싱가포르엔 장기 투자할 만
미국 국무부 산하 뉴욕 외신기자센터(FPC)는 최근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들과 연속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월가의 진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 투자 전략 등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미국의 주가 수준은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높아지면 거품 영역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미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손꼽히고 있는 배리 배니스터 스티펠 수석 주식 전략가는 최근 뉴욕 외신기자센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티펠은 글로벌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리서치 팀을 운용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총 3570억달러 규모다.배니스터 전략가는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S&P 500 지수의 6개월 후 전망치를 3250에서 3800으로 높였는데 3개월 만에 달성했다”며 “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 부양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배니스터 전략가는 “그 이후로도 주가가 더 뛰었으나 (임계점에 가까울 뿐) 아직 거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거품은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했다.
미 증시의 거품은 1928년, 1936년, 1966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1998~1999년의 2년간이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110년의 역사 중 4번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거품이 붕괴했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기억할 것”이라며 “특히 2000~2002년은 문자 그대로 암흑기였다”고 회고했다.배니스터 전략가는 “월가에선 올해 증시가 평균 37%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이 31배로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뉴욕증시가 이처럼 급등한 건 시장에 흘러넘친 유동성 덕분이다. 배니스터 전략가는 “시장은 흘러넘치는 돈을 좋아한다”며 “초과된 돈은 실물 경제가 아니라 금융 자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적극적인 통화 팽창 정책 덕분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는 얘기다.
다만 유동성이 줄면 환호하던 시장이 금세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뉴욕증시에서 10% 정도 조정(주가 하락)을 보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니스터 전략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1918~1919년의 스페인 독감 때 이후 최악의 글로벌 전염병 사태를 초래했다”며 “독감과 달리 지속적이며 몇 번이고 다시 올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포는 빨리 다가오지만 천천히 사라지는 법”이라고 덧붙였다.장기 투자 전략과 관련, 배니스터 전략가는 “20여년 전을 생각해보면 당시 잘 나갔던 AOL과 델, 노텔, 월드컴 등은 다 사라졌다”며 “미래 예측 및 종목 선정이 그만큼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80세가 될 때쯤이면 미국은 너무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라며 “수익 창출이 쉽지 않고 세계적 인플레이션도 심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런 점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배니스터 전략가는 “기후변화와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쟁 비용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비쌀 것”이라고 했다. ‘매우’(very)란 단어를 5차례 반복했다.그는 “에너지 생산은 고정 비용 때문에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 산업일 수밖에 없다”며 “만약 전기자동차가 휘발유나 경유 수요를 파괴한다면 생산·정유 시설을 경제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각종 비용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니스터 전략가는 “중국과 싱가포르를 좋게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며 “합리적인 자산 가치를 갖고 있고 수익률 상승 전망도 밝다”고 진단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놓고 워싱턴 정가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배니스터 전략가는 “블랙록의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블랙록은 아마도 정치적 포부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투자기관들의 의무는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책을 예상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브라이언 디스 위원장과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마이크 파일 부통령의 경제 자문 등이 블랙록 출신이다. 블랙록은 또 Fed의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관리하고 있다.배니스터 전략가는 스티펠의 주식 매크로 및 섹터 전략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30여년간 월가에서 분석가로 일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포브스 등에서 수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