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간의 다이먼 "주가 꽤 높지만 더 높은 건…"

4월 들어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지난 며칠간 뉴욕 증시는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S&P 500 지수가 4000을 넘어선 뒤 밸류에이션 부담 탓인지 지난 6일부터 또 다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7일(현지시간)에도 주요 지수는 하루 종일 좁은 범위 내에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05% 상승했고 S&P 500 지수는 0.15%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0.07% 하락했습니다.지난 3월31일 '피로 쌓인 뉴욕 증시, 4월 쉬어가나'라는 글을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다음 주 본격화되는 1분기 어닝시즌 개막 전까지는 별다른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우량주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날 페이스북(2.23%), 마이크로소프트(0.82%), 알파벳(1.35%)은 모두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애플(1.34%), 아마존(1.72%)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또 JP모간 등 금융주와 엑손모빌 등 에너지주 등 경기민감주들도 상승했습니다. 반면 그동안 크게 올랐던 소형주는 급락해 러셀2000 지수는 1.6%나 내렸습니다. 3월 초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여전히 유동성이 많은 상황이어서 업종, 테마별로 로테이션이 일어나고 있지만 결국 꾸준하게 오르는 건 실적을 내는 대형 우량주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다가오는 실적장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날 거래량도 평소보다 적게 나타나는 등 증시가 힘이 없었던 원인 중 하나는 오후 2시 발표가 예정됐던 미 중앙은행(Fed)의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기다린 탓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월가 관계자는 "근래에 FOMC 의사록이 시장에 큰 영향을 준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FOMC 회의 약 2주 뒤 공개되는 의사록에서 크게 새로운 점이 발견된 게 별로 없었다는 뜻입니다.
실제 그랬습니다. 이날 Fed 의사록의 내용을 추려보면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미국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FOMC 참가자들은 소비자 지출이 최근 재정 부양책과 통화정책에 의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참가자는 또 가계 저축의 증가를 지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화됨에 따라 억눌린 수요의 방출이 소비 성장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② 위험은 여전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고용에 대한 중기 전망이 개선되었음을 대략적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그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③ 추가 진전에는 시간이 걸린다

"참가자들은 Fed의 최대고용 및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실현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때까지는 자산 매입이 최소한 현재 속도로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④ 예측보다 결과 본 뒤 정책 변경

"참가자들은 정책 변경은 주로 예측보다 관찰된 결과에 근거해야한다고 동의했다. 참가자들은 '결과 기반' 지침의 잇점은 들어오는 데이터나 변화하는 전망에 대응해 정책을 자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⑤ 테이퍼링, 사전에 알려준다

"참가자 다수는 '경제의 추가 진전이 자산 매입 축소를 가능하게 할 정도로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리기 앞서 분명히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⑥ 인플레이션 걱정은 아직

"참가자들은 장기 국채 금리의 눈에 띄는 상승이 개선된 경제 전망, 일부 인플레이션 기대 강화,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CNBC는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64회 등장했지만, FOMC 위원들은 당장 물가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거의 표시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의사록의 내용은 모두 이미 발표한 내용과 같았고, 시장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2022년 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베팅이 소폭 감소하는 모습만 목격됐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과 좀 달랐던 건 이날 아침 발표된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의 연례주주서한이었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JP모간과 다이먼이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하면 새겨볼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62페이지에 달한 그의 서한을 정리해보면 네 가지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① 호황은 2023년까지 이어질 것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양적완화와 재정 지출의 대응 규모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엄청났다."

"과잉 저축, 신규 부양책에 따른 저축, 막대한 재정 지출, 더 많은 양적완화, 새로운 인프라 법안, 성공적인 백신 및 전염병이 끝날 무렵의 행복감으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든 지출이 2023년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이 호황은 2023년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이 호황이 장기적인 효과는 인프라 및 기타 정부 투자의 품질과 효과, 지속가능성이 알려질 때 알 수 있을 것이다."
② 주가 꽤 높지만 더 높은 건 채권 가격

"주식 평가는 꽤 높지만(금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측정 기준에서), 역사적으로 여러 해 호황을 누리는 경제라면 현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 증시는 앞을 내다보고 있으며, 호황을 누리는 경제뿐 아니라 과도한 유동성이란 기술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분명히 시장 일부에 약간의 거품이 있다."

"반대로, 채권 가격은 정당화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부채의 막대한 공급이고 둘째, 인플레이션 상승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가능성이다."

"2020년 Fed는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실제 100% 매입했다. 2021년 Fed의 매입 약속(월 1200억 달러)를 보면 시장 투자자들이 약 2조2000억 달러의 국채를 흡수해야한다. 이 중 약 85%는 장기 국채가 될 것이다. 채권 투자자에는 미국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이 미 국채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에 대해 우려하게 된다면 (미 국채가 아닌)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③ 호황 위협하는 두 가지 위협

"'골디락스' 경제를 희망하며, 발생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부정적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 첫째는 새로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백신에 대해 더 치명적이고 내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호황을 뒤집고 증시를 손상시키고,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겨 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의 증가다. 인플레는 일시적이거나 느리게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Fed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경제는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은 채 불황에 빠질 것이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프라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추격을 내세우며 초대형 인프라 투자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의 정당성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증세와 관련, 조정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타협은 불가피하다. 조정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법인세율을 28%보다 낮게 인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증세 논의는 이날 뉴욕 증시에 별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의회 내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일 겁니다. CNBC에 따르면 2017년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를 본격화했을 때 증시가 반응하기 시작한 건 의회 통과 한 달 전께 부터였습니다. 가능성이 가시화되어야 주식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