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의 반란과 '이여자'의 이탈…서울시장 당선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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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이슈·공정이슈에 분노한 20대 남성
전날 KBS 출구조사에 대한 연령·성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2.2%에 불과했다. 모든 계층중 최하위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하다고 알려진 60세 이상의 남성(28.3%), 여성(26.4%)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취업난, 집값 급등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공정함에 민감해진 이들 세대들이 부동산 투기 등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당의 행태에 더욱 분노했다는 해석도 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27세 취준생 노모씨는 "취업공부를 하다가 LH사태나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뉴스를 봤을때 허탈하더라"라며 "열심히 노력해 취업해서 200~300만원씩 버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싶더라"고 말했다.
오세훈-안철수 등 주자들의 '합리적 보수'의 모습이 반정부여당 색채의 20대 남성들의 '반사이익' 표를 흡수 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한 29세 남성은 "지난 총선처럼 황교안 전 대표와 전광훈 목사 등이 전면에 있었으면 보수를 찍을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젠더정책'에 실망한 20대 여성
20대 여성의 경우에도 지난 총선과 비교해 빠른 이탈세를 보였다. 이번 보궐선거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44%였다. 여전히 적지 않은 지지세였지만 불과 1년전 21대 총선에서 20대 여성의 63.6%가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하락세다.오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40.9%에 달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율은 25.1%에 불과했다. 말로만 '젠더정책'을 강조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이 지지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촌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이모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태에 실망이 컸다"면서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당 지지 의사가 있었는데, 이후 민주당의 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기타 후보에 대한 15%에 달하는 지지에도 주목한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공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신지예 무소속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등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전 계층에서 기타 군소 후보 지지가 10%를 넘는 계층은 20대 여성이 유일하다.
민주당에서 빠르게 이탈한, 그 중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으로는 가지 못한 지지가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군소후보들에게 향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득표 결과를 봐도 네 후보는 총 1.78%, 득표수로는 87360의 표를 얻었다.아이러니 하게 젠더이슈가 20대 남성과 여성을 모두 돌아서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20대 남성은 '정부 젠더정책에 의한 역차별', 20대 여성은 말만앞선 '정부 젠더정책의 허상'을 통감하며 돌아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갈라치기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태 등으로 20대 여성을 실망시켰고, 또 정부가 젠더에 관한 성평등 문제 등에서 제대로된 개선을 내놓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박 후보 역시 여성후보임에도 젠더 문제에 대해 뚜렷할만한 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