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만능주의’ 빠진 금감원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직원들에게 2017년은 뼈아픈 해로 기억된다.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비리’, ‘징계권 남용’ 등 52건의 위법·부당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금감원은 달라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최고경영진(CEO)들을 줄줄이 징계해왔다. 경영진이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금융사들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감원이 징계권을 남용해 금융사에게만 책임을 씌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017년 감사때 금감원의 이런 행태에 주의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금융사의 범죄를 행정적으로 처벌하려면 금융관련법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제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권한 밖의 제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제24조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24조는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내부통제기준 미마련이라는 근거 자체가 주관적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원하는 내부통제기준이 부서마다 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냐”고 따진다.

‘내부통제기준 미마련’ 행위를 징계할 수 있다는 논리도 빈약하다. 지배구조법 25조는 내부통제마련의 기준을 회사내 준법감시인을 두는지 여부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금융사는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다”며 제재를 강행했다.

설령 24조를 위반했다고 보더라도 CEO게 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에 의한 행위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개개인의 신상에도 영향을 끼칠 만한 징계를 할 때는 고의적 부작위인지 등을 엄격히 따지라는 게 기본적인 법의 취지"라고 했다. 사태의 책임을 금융사에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사들의 내부통제기준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금감원은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져야할 상황이 오자 같은 기준을 처벌의 근거로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 감사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을 감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를 금감원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고, 이에 따라 윤석헌 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 원장은 지난달 국회 질의에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그걸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금융사 CEO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윤 원장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윤 원장이 법 위에 군림하는 ‘교통경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