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격의 카카오, 이베이 대신 1조 유니콘 '지그재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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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올라탄 라이언…뱅크·모빌리티 이어 '패션' 낙점카카오가 여성 의류 플랫폼 1위 '지그재그(ZigZag)'를 인수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신 '차별화' 전략…커머스 역량 강화
8일 투자은행(IB) 및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국내 1위 여성 의류 온라인쇼핑몰 '지그재그'(법인명 크로키닷컴)의 최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본사가 신설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와 지그재그를 합병하는 방식의 거래 구조를 고안했다. 이르면 이번주 중 잔여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카카오 내에선 지그재그의 이름을 따 '카카오Z' 프로젝트로 이름을 정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카카오가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합병 과정에서 인정받은 지그재그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기존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캐피탈 등 벤처투자자(VC)들도 지분율에 맞춰 카카오 신주를 교부받거나 현금화할 예정이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회사 설립 직후인 2016년 30억원을 초기 투자해 '대박'을 앞두고 있다. 기존 창업자인 서정훈 대표 외 주요 인력들은 현금화 대신 회사 경영을 그대로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지그재그는 개발자 출신인 서정훈 대표가 2015년 설립한 패션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취향에 맞춰 카테고리를 설정하면, 해당 조건에 맞춰 플랫폼에 입점한 4000곳 이상 업체(Soho)들이 보유한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다. 특히 10대~20대 사이에서 팬 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해당 연령 층의 유입자 수가 줄어들어 고민이던 카카오와의 시너지도 뚜렷하다는 평가다.2016년 설립 후 2000억원(2016년), 3500억원(2017년), 5000억원(2018년), 6000억원(2019년)으로 꾸준히 거래액을 키웠다. 2020년 거래액(GMV)은 7500억원에 달한다. 거래액이 1조~1조5000억원 수준인 무신사의 몸값이 3조원 이상 평가된 점을 고려할 때 차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후보로 꾸준히 꼽혀왔다.
선물하기·쇼핑하기 등 '커머스' 역량 확대를 고민해온 카카오 입장에서도 최적의 거래라는 평가다. 그간 카카오커머스 등 쇼핑사업 내에선 경쟁사 대비 품목 다양성을 늘리는 문제를 두고 고심이 깊었다. 당장 입점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검토했지만, 양 보다 해당 서비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짜기로 선회했다. 카카오 내부적으론 한 때 유사한 구조로 무신사와 합병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늘면서 지그재그로 선회했다.
최근 신세계그룹 쓱닷컴이 여성 쇼핑몰 W컨셉을 인수하는 등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전방위로 일어나는 점도 관전 요소다. 지그재그 인수 이후에도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인수에 추가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온 '유동화(Financing)' 측면에서도 최적의 선택이란 평가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카카오 커머스 등 핵심 사업을 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후 외부 투자유치를 받거나 상장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수십조원까지 크게 키워왔다. 카카오 측은 지그재그를 카카오 커머스로 합병시키는 대신 카카오의 자회사로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해 서 대표의 동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진다.
차준호/구민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