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격의 카카오, 이베이 대신 1조 유니콘 '지그재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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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올라탄 라이언…뱅크·모빌리티 이어 '패션' 낙점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신 '차별화' 전략…커머스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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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투자은행(IB) 및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국내 1위 여성 의류 온라인쇼핑몰 '지그재그'(법인명 크로키닷컴)의 최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본사가 신설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와 지그재그를 합병하는 방식의 거래 구조를 고안했다. 이르면 이번주 중 잔여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카카오 내에선 지그재그의 이름을 따 '카카오Z' 프로젝트로 이름을 정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카카오가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합병 과정에서 인정받은 지그재그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크로키닷컴](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D.23058498.1.jpg)
지그재그는 개발자 출신인 서정훈 대표가 2015년 설립한 패션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취향에 맞춰 카테고리를 설정하면, 해당 조건에 맞춰 플랫폼에 입점한 4000곳 이상 업체(Soho)들이 보유한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다. 특히 10대~20대 사이에서 팬 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해당 연령 층의 유입자 수가 줄어들어 고민이던 카카오와의 시너지도 뚜렷하다는 평가다.
선물하기·쇼핑하기 등 '커머스' 역량 확대를 고민해온 카카오 입장에서도 최적의 거래라는 평가다. 그간 카카오커머스 등 쇼핑사업 내에선 경쟁사 대비 품목 다양성을 늘리는 문제를 두고 고심이 깊었다. 당장 입점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검토했지만, 양 보다 해당 서비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짜기로 선회했다. 카카오 내부적으론 한 때 유사한 구조로 무신사와 합병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늘면서 지그재그로 선회했다.
최근 신세계그룹 쓱닷컴이 여성 쇼핑몰 W컨셉을 인수하는 등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전방위로 일어나는 점도 관전 요소다. 지그재그 인수 이후에도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인수에 추가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온 '유동화(Financing)' 측면에서도 최적의 선택이란 평가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카카오 커머스 등 핵심 사업을 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후 외부 투자유치를 받거나 상장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수십조원까지 크게 키워왔다. 카카오 측은 지그재그를 카카오 커머스로 합병시키는 대신 카카오의 자회사로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해 서 대표의 동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진다.
차준호/구민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