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대 성장전망과 '골디락스' [여기는 논설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경제호황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골디락스'란 많이 알려져 있듯이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곰 세마리가 사는 오두막집에 들어갔는데 식탁에 있던 세 그릇의 수프 중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스프를 먹고 좋아했다는 얘기에서 나왔습니다. 경제에선 다이먼 CEO가 언급한 대로 "성장은 빠르고,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너무 지나치지 않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이먼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근거로는 높은 저축률과 경기부양책, 인프라 투자계획, 코로나 팬데믹 종식에 따른 기대감 등을 들었습니다. 다이먼CEO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미국 경기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일단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올라갑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기존 4.2%에 6.5%로 대폭 높였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에 미국이 올해 6.4%, 내년 3.5%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난 1월에 비해 각각 1.3%포인트와 1.0%포인트 상향조정됐습니다.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7.3%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속도를 내는 백신 접종과 바이든 정부의 화끈한 부양책이 맞물려 이런 효과를 낼 것이란 게 공통적인 분석입니다. 경제규모는 한국보다 열배 이상 큰데 성장률이 2배(한국은 IMF가 올해 3.6% 성장 전망)에 달한다니 엄청난 수치입니다.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다이먼 CEO도 금리를 생각보다 일찍 올려야 할 정도로 물가가 많이 뛰거나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가 퍼지면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훼손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금리와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8일 IMF·세계은행이 주최한 행사에서 일시적으론 급격한 물가상승이 올 수 있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인플레이션 반등에는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봐도 “고용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돼 있습니다. 또 FOMC 위원들은 당분간 자산 매입을 지금 속도로 유지해야 한다는 동의했습니다.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Fed가 계속 시장을 안심시켜 주고 있기 때문일까요. 한 때 연 1.7%대가 넘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대로 내려왔습니다.

'골디락스'라는 말에서 문득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떠올랐습니다. '골디락스 경제'는 1990년대 후반 언론에서 많이 쓴 용어입니다. 미국경제는 1990년대 10년간 장기 호황을 누립니다. 특히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매년 4%대 경제성장률을 이어갑니다. 고성장과 함께 실업률은 낮고 물가상승률도 낮은 이상적인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로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며 '신경제(New Economy)'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이 Fed 의장이던 시절이었습니다.재임 당시 '마에스트로''경제 대통령' 라는 찬사를 들은 그린스펀 전 의장은 '선제적 통화정책'을 통해 급격한 경기 변동을 예방하고 고성장과 저물가의 '골디락스 경제'를 현실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린스펀 전 의장이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해 '거품'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린스펀은 2001년 IT산업 붕괴로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2000년 연 6% 였던 기준금리를 2001년 연 1.75%로 뚝 떨어뜨리고, 2003년 6월엔 연 1%까지 내려 이를 1년간 유지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땐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소방수'로 투입됐습니다. 제로금리 정책과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대응에 나섰고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은 코로나가 덮치기 전인 작년 2월까지 128개월 이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였던 2017년에도 골디락스 경제에 대한 기대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골디락스=>위기(거품붕괴)=>돈풀기=>골디락스=>위기(팬데믹)=>돈풀기=>골디락스 전망. 위기의 원인은 좀 다르지만 뭔가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미국 경제가 초호황을 누리면, 인플레이션 이슈는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8일 개최한 '2021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도 앤 크루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모두 미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압력을 언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빚 많은 정부와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분간은 시장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을 제기하면 Fed가 적극 진정시키는 방식으로 '밀당'이 이뤄질듯 합니다. 시장의 의구심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면 글로벌 자본시장, 특히 신흥국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겠죠. 한국도 예외는 아닐 듯 합니다.

박성완 논설위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