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월 '공포지수' 폭등에 엄청난 베팅을 한 투자자

대형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나타나고 있는 일입니다.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 0.17%, S&P 500 지수가 0.42% 오른 가운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3% 뛰었습니다. 장 초반 상승세가 막판까지 유지됐습니다.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날 연 1.62%까지 떨어진 게 기술주 랠리에 연료를 공급했습니다. 지난달 31일 1.776%까지 치솟았던 금리는 4월 들어 꾸준히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금리가 추가 하락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오전 8시30분 발표된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74만4000건으로 지난주 72만8000건보다 더 늘었습니다. 예상치 69만4000건을 웃돌았습니다. 고용 부진은 미 중앙은행(Fed)의 이른 긴축 가능성을 낮춥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IMF·세계은행이 주최한 행사에서 "회복은 여전히 고르지 못하며, 불완전하다. 이런 평탄하지 않은 점(unevenness)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날 나온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위원들은 테이퍼링을 하기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만들어지려면 '상당한 시간'(sometime)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특히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인플레이션이 4%까지 올라도 바로 패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시적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지속될 요인 때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Fed의 완화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날도 달러는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ICE달러인덱스는 92.0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흑해에 군함을 파견한다는 소식도 달러 약세에 영향을 줬습니다.)
증시는 이런 모든 것을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예상보다 나쁜 고용지표에 대해서도 월가 관계자는 "경기는 나아질 것이고 고용도 호전될 것이다. 잠시 주춤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27일로 끝난 주간까지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건수는 1만6000건 감소한 373만4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술주 랠리가 다른 점은 초대형 기술주가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날 애플이 1.92%, 마이크로소프트가 1.34%, 아마존이 0.61% 오르는 등 이번 주 FAAMG은 4~5% 상승해 한 주간 S&P 500 지수가 2% 가량 오르는 데 힘을 실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월가 금융사들이 한 목소리로 '경기민감주 랠리'를 부르짖고 있지만 FAAMG 주식은 이번 주 랠리를 바탕으로 올 들어 상승폭이 평균 11%에 달합니다. 이는 S&P 500 지수의 상승폭 9%를 웃도는 것입니다. (물론 알파벳은 28% 상승했고 애플은 2% 가량 떨어지는 등 종목간 편차는 있긴 합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초대형 기술주가 S&P 500 지수를 상승을 이끌고 변동성지수(VIX)가 16.95까지 떨어진 데 대해 "미국 증시가 드디어 1년에 걸친 팬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즉 메가테크가 시장을 주도하던 2017년 등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2017년 초 800달러 안팎에서 2018년 9월 2000달러까지 급등했었습니다.
관건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지 여부입니다.

월가에선 경기민감주가 20~30% 이상 오르면서 주춤했던 기술주들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글렌메이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 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달 기술주가 많이 하락한 영향으로 '약간의 환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주 거래상황에도 불구하고 경기순환주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가 개선되고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경기에 민감한 주식들이 기술주에 비해 유리할 것이란 진단입니다.

실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2018년에는 기술주들이 별달리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애플의 경우 2018년 1월1일 41달러이던 주가가 2019년 1월1일에도 41달러였습니다.

UBS도 "성장주에서 벗어나는 시장의 순환은 더 진행된다고 보여진다. 투자자들은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수익률 곡선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은 업종(금융, 산업, 에너지주 등)에 대해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다음 주 시작되는 어닝시즌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순환주의 대표적인 주식인 은행주는 최근 금리가 안정되면서 주도주의 자리를 대형기술주에 넘겨줬습니다.

이들 금융주는 오는 14일부터 시작될 1분기 어닝시즌을 열어젖힙니다. 14일 JP모간과 웰스파고를 시작으로 15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16일 모건스탠리 등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은행들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리처드 램스든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투자 메모에서 " 은행의 1분기 어닝시즌에 주가를 자극할 세 가치 촉매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선 팬데믹으로 쌓아놓았던 막대한 충당금을 이익으로 환입하면서 이익이 대폭 늘어날 수 있고 두 번째, 1분기 시장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NIM)이 순차적으로 개선될 것이며 세 번째 자본시장의 강세로 인해 은행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거뒀을 것이란 겁니다. 램스든 애널리스트는 또 주요 은행들이 올해 830억 달러(시가총액의 6%)에 달하는 자사주매입에 나서고 내년에는 1000억 달러 이상을 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주도주 외에도 시장이 더 올라갈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S&P 500 지수의 이날 종가는 4097.17입니다. CNBC가 최근 월가의 시장 전략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나왔던 올해 S&P500지수의 연말 목표치 4099에 거의 도달한 겁니다. 시장은 더 올라갈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데로 VIX는 이날 16.95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옵션시장에서는 한 투자자가 VIX가 오는 7월에 40으로 치솟을 것이란 데(25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 엄청난 돈을 걸었습니다. 무려 20만개 콜옵션을 매수한 겁니다. 이는 평상시 하루 거래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왜 7월일까요? 월가 일부에서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개선된다면 Fed가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Fed가 '테이퍼링을 할 조건이 된다면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알려주겠다'고 천명한 만큼 테이퍼링을 한다면 6개월 전쯤에는 알려줄텐데, 그게 6월, 혹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투자한 게 아닌가하는 추측입니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미너드 CIO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부에서 "지난 1년간 보지 못했던 이런 수준의 VIX를 보니 투자자들의 안주(complacency)가 높아지고 있고 시장이 쉽게 깨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 집계 불-베어(bull-bear) 지수도 2018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2018년 1월은 VIX가 갑자기 20 이상 폭등하면서 증시가 폭락했던 2018년 2월5일 이른바 '볼마게돈'(Volmageddon ; 변동성이 초래한 아메게돈)이 나타나기 직전입니다.
물론 월가 대다수는 뉴욕 증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는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고 기업 실적은 개선될 것입니다. Fed는 완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밸류에이션이 높은 만큼 시장이 갑자기 흔들릴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