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암 환자가 꼽은 '암치료 궁금증 10가지'-①

한국인에게 암은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줄곧 사망원인 1위의 질환이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 청천벽력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내 암 생존율이 7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암은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이 돼가고 있다는 의미다.

만성질환처럼 암을 관리하려면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치료 시기가 늦어지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는다면 암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다수 암 환자들은 암을 진단받은 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걱정이 더 커지곤 한다.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해야 할지, 아니면 서울의 유명 병원과 의료진을 찾아가야 할지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그 이후에도 병원별로, 의료진별로 각기 엇갈리는 치료법을 두고 걱정은 더 깊어간다.

이에 연합뉴스와 서울대암병원(원장 양한광)이 공동으로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10가지 궁금증을 간추려보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간을 마련했다.

선정된 10가지 궁금증은 서울대암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센터별 의료진들이 그동안 환자들로부터 많았던 질문 중에서 취합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암 환자들의 궁금증 10가지 중 5가지를 먼저 소개한다.

답변에는 서울대암병원 소속 양한광 원장(위암), 김영태 폐암센터장(흉부외과), 김윤준 소화기내과 교수, 오도연 종양내과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이번 암 기획 시리즈는 향후 10회에 걸쳐 진행되며, 관련 내용은 연합뉴스 유튜브(통통TV) '김길원의 헬스노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서울대암병원 측은 암 환자들이 유튜브를 시청한 후 댓글에 질문을 남기면, 의료진이 직접 답변을 달아줌으로써 환자들과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암 치료 궁금증 10가지 중 5가지.
① 집 근처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는데 서울의 큰 암병원으로 가는 게 좋을까요? 알아보니 집 근처 병원은 바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서울의 큰 병원은 지금 예약해도 진료까지 몇 개월이 밀려 있습니다.

▲ (양한광)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정확히 평가하는 겁니다.

조기에 발견됐다면 치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진단 당시 암이 진행성이라면 기다리는 중에 악화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큰 병원에 갔을 때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수술 대기 기간이 길다는 겁니다.

암 치료를 늦추는 건 시술이나 수술 결과의 차이보다도 재발률을 높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은 주요 암의 경우 수술법이 표준화돼 있는 만큼 지역 내 의료기관을 신뢰하는 게 좋겠습니다.

▲ (김윤준) 무엇보다 암 치료와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암 전문가 2명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지역의 의료진과 서울의 유명 병원 의료진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 (김영태) 다만, 너무 많은 의사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의료쇼핑은 지양해야 합니다.

의료쇼핑은 우리나라에서만 누리를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입니다.

2명 정도의 의견을 듣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만, 2명을 넘어서면 의료진의 말이 조금씩 다르거나, 환자가 같은 말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오도연) 항암치료의 경우 교과서적인 치료법이 정립된 암이라면 어느 의료기관이든 약을 쓰는 것 자체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요즘은 지역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다가 (서울대암병원으로) 오시는 경우,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도록 권유합니다.
② 암 치료를 전후한 통증은 진통제에 의지하면 되는 건가요? 통증이 심해지면 수술받은 병원에 가야 할까요?
▲ (김영태) 암이 진행된 경우라면 암 때문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치의로부터 처방받은 진통제가 있다면 진통제를 드시면 됩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은 먹으라는 대로 먹는 게 좋습니다.

다만, 암 치료 전후로 나타나는 통증에 대해서는 진료 때 자세히 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만약 암 치료 후 통증이 재발했다면, 인근 응급실로 가는 게 맞지만, 환자들이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까운 개원가 등의 병원을 먼저 들러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거기서 수술한 의사한테 가라고 하면 외래 예약을 하면 됩니다.

▲ (영한광) 진료하다 보면 암 환자들이 의사와 마주했을 때 자기가 생각했던 걸 미처 다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휴대전화나 수첩 등에 미리 통증 등에 대한 질문을 적어서 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다만, 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과 관련된 것은 아닐 수 있으니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지 말고, 통증이 나타났을 때는 치료 의료기관과 전화 상담을 권고드립니다.

▲ (오도연) 암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두려워하는 게 통증입니다.

내 몸에 쌓이는 암의 양이 많아질수록 통증을 많이 호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처방해준 진통제를 안 드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암이 악화해 더 많이 아파졌을 때를 걱정해 약을 아끼는 겁니다.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암 환자의 통증은 오늘 하루의 조절이 최대 목표입니다.

내일, 모레, 한 달, 1년 뒤에는 그때 또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셔야 합니다.

▲ (김윤준) 통증을 참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암 환자들이 많습니다.

암 통증을 참는 데 쓰는 힘을 암과 싸우는 데 써야 합니다.

진통제는 아낌없이 먹고, 건강식품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③ 암 진단 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는데요.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게 좋을까요?
▲ (오도연) 서울의 큰 병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교과서적인 표준 항암치료가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라면, 임상시험은 미래의 표준치료를 위한 절차입니다.

교과서적인 표준치료가 있다고 해도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임상연구는 계속됩니다.

새 치료법이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 대등한 선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습니다.

▲ (김영태) 신약 임상시험도 의료진에 묻지 않고, 혼자서 정보를 취득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반드시 의료진과 먼저 상담을 거쳐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라고 권고드립니다.

▲ (김윤준) 현재의 표준치료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굉장히 고가의 비용이 든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표준치료도 임상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좋겠습니다.
④ 두 곳의 병원을 찾았는데, 한 병원에서는 로봇으로 수술을 하자고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그냥 복강경 수술을 하자고 합니다.

이처럼 의료진별, 병원별로 권고하는 치료법이 각기 다를 때 환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 (양한광) 치료법에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합병증 발생률과 치료율의 차이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컨대, 현재 많이 사용되는 로봇수술은 로봇이 직접 수술하는 게 아니라 100% 외과 의사가 컨트롤하는 장비입니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데이터를 보면, 외과 의사에게 좀 편리한 측면이 있지만, 수술 결과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로봇수술의 치료 효과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 (김영태) 새로운 의료기술을 환자 치료에 적용한 후 성적이 나쁘면 논문으로 잘 발표되지 않습니다.

암 수술은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게 키포인트지, 어떤 도구를 이용하는 게 키포인트는 아닙니다.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선택한 방법을 신뢰했으면 합니다.

⑤ 수술과 항암치료 말고 다른 암 치료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윤준) 수술 후 항암의 또 다른 축은 바로 방사선치료입니다.

방사선치료만으로 완치되는 환자가 있고, 진행된 암에서도 방사선치료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요즘은 외부에서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쬐거나 추적을 통해 정교하게 치료합니다.

최근에는 암 부위에 작은 바늘이나 구슬을 넣어서 수술과 필적할만한 성적을 보이는 치료법도 있습니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밖에 유전자 치료나 면역치료 등의 방법도 쓰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 가장 중요한 건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함께 진료에 참여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은 다학제 치료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