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드러낸 김태현…경찰, '스토킹 살인' 결론
입력
수정
사건 1주일 전부터 범행 계획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은 사건 발생 전 피해자 중 큰딸에게 집요하게 연락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규정했다.
큰딸이 만나주지 않자 스토킹
"필요하다면 가족도 해칠 수 있다고 생각"
경찰은 9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 중 큰딸과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 상에서 처음 만났다. 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올해 1월 초다. 같은달 중순께 한 번 더 만난 두 사람은 23일에 함께 게임을 즐기던 지인 두 명 등 네 명이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다음날인 24일 피해자는 김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수신 차단했다. 김씨는 이날 피해자 주거지 인근에서 배회하며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이 닿지 않자 김씨는 공중전화, 함께 아는 지인 등을 통해서 연락을 시도했다.
김씨가 범행을 결심한 것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이다. 김씨는 평소에 잘 쓰지 않던 게임 아이디로 접속해 정체를 숨기고 피해자에게 접촉했다. 피해자가 지난달 23일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범행을 계획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필요하다면 피해자의 가족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거지로 향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침입했다. 작은딸을 먼저 살해한 김씨는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큰딸을 차례로 살해했다.김씨는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됐다. 김씨는 취재진 앞에서 "뻔뻔하게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청하자 스스로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경범죄 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에 배당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