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랬던 이대녀마저 돌아섰다 [앵그리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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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습니다. 예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며 필리버스터를 하던 모습에 공감했었어요. 그런데 180석까지 몰아줬는데도 그 법을 고쳤다는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서울 거주 직장인 여성인 김모씨(29)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보수야당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최근 실망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투표 현장과 대학가 등에서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이들도 20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관련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오세훈 후보도,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여성 지모씨(28)는 "전적으로 부동산 실책 때문에 오 호부를 뽑았다"고 했다. "힘들게 취업해서 직장을 잡았는데 내가 돈 아무리 벌어도 집은 못사고 돈이 모이는 속도보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에 절망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막 돈벌기 시작하면서 세금은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데 사다리는 걷어찬다. 직장을 다니다보니 마치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돈을 막 써도 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고도 느꼈다"고도 했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 여성을 떠나 20대 전체가 계층 상승 가다리가 끊겼다는 좌절감이 분노로 표출됐다. 이에 남성들이 더 일찍,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여성들은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이슈가 ‘20대 여성’의 분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직종에 근무하는 김모씨(24)는 "아동정책 노인정책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정책에 관심이 많아 항상 진보 쪽을 지지해왔다"며 "하지만 집권 여당 정치인들의 성추문 등 젠더 이슈에 문제 의식을 느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그냥 박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민주당 적극 지지층에서 이탈한 셈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지은씨(29)는 박 후보를 택했지만 그를 지지해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박원순 문제로 재선거를 하게 됐는데 또 민주당을 찍어야 하나 망설여졌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차악을 고른다는 취지로 (박 후보를) 택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조차 (여당에) 돌아서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는 등 집권 여당이 그간 여성의 가치에 대해 주장해오지 않았나. 그런데도 지금 국민의힘이랑 3%포인트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서울 거주 직장인 여성인 김모씨(29)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보수야당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최근 실망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20대 여자들이 움직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눈여겨봐야할 세대는 지난해 총선에서 이미 반(反)여당으로 돌아섰던 20대 남성들만이 아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던 20대 여성들의 표까지 분산됐다. 20대 남성은 민주당 대신 국민의힘 쪽에 표를 몰아줬고, 20대 여성은 어느 세대보다 기본소득당, 여성의당 등 소수 정당과 무소속 후보 지지 비율이 높았다.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의 44.0%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압도적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72.5%)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20대 여성의 박 후보 지지율이 높지만, 지난 총선에선 20대 여성의 63.6%가 민주당 후보(지역구 기준)를 택한 것과 비교하면 20대 여성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20%포인트 가량 빠졌다.한국경제신문이 투표 현장과 대학가 등에서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이들도 20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관련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오세훈 후보도,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부동산'으로 분노 수렴
연구직으로 근무 중인 20대 여성 박모씨(28)는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를 찍었다고 한다. 그는 "10년 겨우 벌어야 1억인데 뉴스를 보니 몇개월만에 부동산으로 집을 마련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큰 박탈감을 느꼈다"며 "부모로부터 자립해야하는 20대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경제 문제인데 이 중요한 부분에서 현 정부가 실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여성 지모씨(28)는 "전적으로 부동산 실책 때문에 오 호부를 뽑았다"고 했다. "힘들게 취업해서 직장을 잡았는데 내가 돈 아무리 벌어도 집은 못사고 돈이 모이는 속도보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에 절망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막 돈벌기 시작하면서 세금은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데 사다리는 걷어찬다. 직장을 다니다보니 마치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돈을 막 써도 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고도 느꼈다"고도 했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 여성을 떠나 20대 전체가 계층 상승 가다리가 끊겼다는 좌절감이 분노로 표출됐다. 이에 남성들이 더 일찍,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여성들은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진보적 가치 훼손… 제3당 선택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44%),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41%), 기타(15%)로 갈린 20대 여성의 표심이 사실상 어느 한쪽에 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던 주요 20대 여성의 ‘표심’이 이렇게 갈라진 건 민주당이 표방해왔던 '진보적 가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이슈가 ‘20대 여성’의 분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직종에 근무하는 김모씨(24)는 "아동정책 노인정책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정책에 관심이 많아 항상 진보 쪽을 지지해왔다"며 "하지만 집권 여당 정치인들의 성추문 등 젠더 이슈에 문제 의식을 느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그냥 박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민주당 적극 지지층에서 이탈한 셈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지은씨(29)는 박 후보를 택했지만 그를 지지해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박원순 문제로 재선거를 하게 됐는데 또 민주당을 찍어야 하나 망설여졌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차악을 고른다는 취지로 (박 후보를) 택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조차 (여당에) 돌아서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는 등 집권 여당이 그간 여성의 가치에 대해 주장해오지 않았나. 그런데도 지금 국민의힘이랑 3%포인트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