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혈액 표본' 연구로 코로나19 기원 찾을까

미국 첫 확진자 발생 이전 혈액 샘플에서 감염 징후 발견
국가별로 다른 혈액 관련 제도·제한된 표본 수는 걸림돌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찾기 위한 '냉동 혈액 표본'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보관된 혈액 표본의 항체 검출 여부를 분석하면 코로나19가 언제부터 발생했는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적십자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비영리 헌혈기구 바이탈런트 등은 냉동 보관된 혈액 샘플에 코로나19 항체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된 건 2020년 1월 21일인데,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이미 코로나19 감염 징후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혈액 표본 분석을 올해 말까지 이어나갈 계획이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도 미국 전역에서 기증받은 혈장 표본 수십만개를 분석 중이다.

마이클 미나 박사는 "조그마한 (기후) 변화만 확인해도 허리케인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연구를 통해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시기와 유행 정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과학자팀은 지난달 30일 혈액 표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첫 발병이 보고된 2019년 이전에 채취한 혈액 표본을 연구하면 얼마나 오래전부터 바이러스가 활동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한을 포함해서 중국 내 다른 지역과 다른 국가에서도 혈액 표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혈액 표본을 분석함으로써 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하는 데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혈액 표본이 부족하다.

전 세계 혈액은행 중 혈액 표본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필요한 냉동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국가별로 혈액 채취 및 보관에 대한 법령과 제도가 상이한 점도 걸림돌이다.

혈액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연구진이 표본에 얼마나 많이 접근할 수 있을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부시 국제수혈학회(ISBT) 회장 당선인은 "혈액센터 대부분이 역사적 제도와 제한된 자원 때문에 기증받은 혈액 샘플을 보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