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위한 주택공급 '지금' 필요하다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무조건적인 양적 공급 보다는…
생애주기별 주택형태 고려해 지역별 맞춤 공급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에서는 2·4 부동산대책에서 제시한 공급과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세 등으로 집값 상승률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일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16곳이 발표된데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지 21곳도 최근 선정됐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도 불구하고 2·4 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주도 부동산 개발사업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기다리는 실수요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역세권 지역을 고밀개발해 청년임대나 고령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많이 넣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교통이 좋은 역세권이라 청년이나 고령층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앞으로 공급되는 주택들 대부분은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한다고 하는데, 과연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거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지금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지역 모두 과잉공급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일본처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급증하는데도 이 많은 주택들이 필요는 한 것일까요? 일부 전문가들 의견대로 5년 안에 다 공급이 되면 일본과 같이 과잉공급에 의한 집값이 폭락하게 될까요?

이러한 궁금증이 커지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생애주기별로 주택공급 정책을 가지고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만큼 공급을 제대로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최근 세계적인 도시들 대부분에서 집값이 급등해 실수요자들, 특히 청년층이나 고령층이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공유형 주거'입니다. 청년층이 역세권에서 비싸지 않은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최고의 주거시스템입니다. 매일 사용하지도 않는 거실이나 부엌, 화장실 등을 서로 공유하고 나는 나만의 방에 침대와 책상만 활용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1인당 주거비용이 확 줄어듭니다. 때문에 최근 새로운 트랜드로 뜨고 있습니다.대부분의 청년층은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살기를 원할 겁니다. 국내에는 자취, 하숙이 많이 발전됐는데 최근 MZ세대들은 자취, 하숙과 같은 공간이면서도 집주인을 마주칠 필요없는 '쉐어하우스' 즉, 한국형 공유주거를 더 원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런 공유형 주택을 찾는 직장인 수요까지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SK D&D에서 공급한 '에피소드' 시리즈가 있습니다. 비교적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임대가 아주 잘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일본과 같이 더 저렴한 공유형 주택이 많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임대사업자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서 충분한 지원정책이 없다는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형 주거는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괴한이 여성 혼자사는 오피스텔이나 원룸까지 쫓아와서 불안하다는 뉴스가 자주 나옵니다. 이런 공유형 주거는 방만 각자 사용하고 집 전체를 공유하기 때문에 훨씬 안전한 주거환경을 여성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주변지역에서도 이런 공유형 주거가 많이 공급되면 교통불편도 해소하고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주거환경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공유형 주거로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시설이 또 있습니다. 바로 '공공실버주택'입니다. 서울 시내에는 이제 한 곳이 건설중이고, 지방에는 비교적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인구 분포나 구조를 보면 오히려 강남지역에 이런 '공공실버주택'이 더 많이 들어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도 인기가 좋습니다. 약수동 시니어스타워의 경우, 송도병원에서 직접 운영을 하면서 바로 공유형 주거형태로 입주자들이 생활을 합니다. 입주민의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저렴한 입주비용에 생활비까지 적당한데, 삼시세끼를 해결해 주고 간호원이 아침 저녁으로 돌봐준다고 합니다. 노인 프로그램도 매주 3~4일씩 운영을 해주니까 천국이 따로 없다는 얘기까지 들립니다.최근 서울지역에 새로 오픈하는 요양병원들이 최고급 시설에 고급형 주거환경을 제공하지만, 부유층이 아니면 입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도 이런 공유형 주거인 '공공실버주택'이 공공재개발 지역 또는 공공재건축,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지 또는 역세권 고밀개발지역 등에 많이 보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임대형과 함께 매입형을 같이 만들어 주택연금 종신형에 가입시키도록 해서 죽을때까지 생활비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경우 수요 파악이 우선입니다.

강남의 경우에는 자녀들과 같이 거주할 수 있는 대형평형의 공공임대나 민간임대주택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시즌이 학교 입학 직전인 것을 보면 대부분 매매가 아니더라도 몇년간 전세라도 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대형 오피스텔의 경우 모자란 아파트 대체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은퇴자를 위한 주거단지도 개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 외곽지역이든 지방이든 대규모로 주거단지를 조성해 주고 생활 시설까지 갖추게 된다면 은퇴자들이 모여서 살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런 은퇴자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들이 여러곳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게 된다면 약 5년후에는 드론택시(PAV : 미래형 개인운송기기)가 상용화된다고 가정하면, 지방 대도시 인근지역에 조성해도 대부분의 생활인프라를 짧은 시간에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형태는 유럽이나 아시아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주고 개인 농사를 위한 첨단 스마트팜이 필요합니다. 은퇴 후에도 적당한 일거리와 수입이 생기므로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생애주기별로 어떤 주택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인가를 간단히 소개해 드렸습니다. 바로 이런 실수요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형태의 주거, 이것이 공공주도이든 민간이 건설 운영을 하든 지역별로 꼭 필요한 주택형태입니다. 그냥 서울에 32만호를 아파트 형태로 무조건 지어 놓는다면 공급폭탄에 따른 집값 폭락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과도한 공급도 막을 수 있습니다. 주택가격 안정도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어디에 얼마나 어떤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지 고민해 봐야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