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사라지는 대학가 총학생회…학생 자치 '흔들'
입력
수정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이 많아서 불참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거예요.
"
서울 소재 A대학 재학생 이진우(가명·22)씨는 최근 학교에서 진행된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만 단독 출마한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아무도 후보로 출마하지 않거나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돼 총학이 없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 "총학 없어도 불편하지 않아요"…정치화도 경계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에서 총학이 2년 이상 공석 상태다.
이들 대학에서는 총학 대신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나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임시로 학생 대표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 운영 방식 결정 등 대학 본부와 논의 사안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A대학 총학 대행기구 대표는 "우리는 투표로 선출된 총학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와 교섭 시 충분한 대표성을 얻지 못해 학생들 의견 반영에 한계가 있다"며 "총학에 대한 불만이나 학생 사회를 향한 무관심도 이해 가는 만큼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신뢰를 얻는 총학이 자리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잇따른 총학 실종 사태에는 취업난 등으로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축제 등 총학이 주최하던 행사가 줄어들면서 총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늘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 후보조차 보기 힘든 실정이다.
출마를 위해 일정 수 이상 재적생으로부터 동의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B대학에 다니는 정수현(가명·24)씨는 "매년 비슷한 사람들이 출마하고 당선되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면서 학내 사회가 정체된 느낌"이라며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총학이 없는 C대학에 재학 중인 강혜지(가명·21)씨도 "입학할 때부터 학교에 총학이 있었던 적이 없어 총학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며 "지금도 학생으로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해 총학이 꼭 필요하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은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총학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총학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학습 환경 개선이나 학생 복지 등 생활밀착형 공약에 집중하는 학생 기구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민주화 투쟁 등에 나선 과거 대학생과 달리 취업이나 사생활 등 개인 현실에 더 중점을 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A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학생회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적 발언권을 얻고 싶으면 개인으로 연설을 하거나 정당에 입당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학생 자치 사라지나…"총학 변화·사회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각 대학 총학이 학생들 관심사가 사회적 차원에서 개인적 차원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경제 위기와 취업난을 겪으며 각자도생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총학의 정치적 활동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생 대표 기구가 없다는 것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학생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학생들은 학생 자치를 통해 민주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하고 대학이나 사회도 이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해 청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자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인주의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자리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 활동은 공동체를 위해 개인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일인데 현재 대학생들은 취업 고민 등으로 개인적 여유조차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에 대해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총학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양대, 6년 만에 총학생회 구성 실패…투표율 36.5%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
서울 소재 A대학 재학생 이진우(가명·22)씨는 최근 학교에서 진행된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만 단독 출마한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아무도 후보로 출마하지 않거나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돼 총학이 없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 "총학 없어도 불편하지 않아요"…정치화도 경계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에서 총학이 2년 이상 공석 상태다.
이들 대학에서는 총학 대신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나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임시로 학생 대표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 운영 방식 결정 등 대학 본부와 논의 사안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A대학 총학 대행기구 대표는 "우리는 투표로 선출된 총학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와 교섭 시 충분한 대표성을 얻지 못해 학생들 의견 반영에 한계가 있다"며 "총학에 대한 불만이나 학생 사회를 향한 무관심도 이해 가는 만큼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신뢰를 얻는 총학이 자리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잇따른 총학 실종 사태에는 취업난 등으로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축제 등 총학이 주최하던 행사가 줄어들면서 총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늘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 후보조차 보기 힘든 실정이다.
출마를 위해 일정 수 이상 재적생으로부터 동의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B대학에 다니는 정수현(가명·24)씨는 "매년 비슷한 사람들이 출마하고 당선되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면서 학내 사회가 정체된 느낌"이라며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총학이 없는 C대학에 재학 중인 강혜지(가명·21)씨도 "입학할 때부터 학교에 총학이 있었던 적이 없어 총학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며 "지금도 학생으로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해 총학이 꼭 필요하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은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총학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총학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학습 환경 개선이나 학생 복지 등 생활밀착형 공약에 집중하는 학생 기구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민주화 투쟁 등에 나선 과거 대학생과 달리 취업이나 사생활 등 개인 현실에 더 중점을 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A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학생회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적 발언권을 얻고 싶으면 개인으로 연설을 하거나 정당에 입당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학생 자치 사라지나…"총학 변화·사회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각 대학 총학이 학생들 관심사가 사회적 차원에서 개인적 차원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경제 위기와 취업난을 겪으며 각자도생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총학의 정치적 활동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생 대표 기구가 없다는 것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학생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학생들은 학생 자치를 통해 민주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하고 대학이나 사회도 이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해 청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자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인주의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자리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 활동은 공동체를 위해 개인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일인데 현재 대학생들은 취업 고민 등으로 개인적 여유조차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에 대해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총학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양대, 6년 만에 총학생회 구성 실패…투표율 36.5%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