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병상 없어요"…정신질환자 입원 거부 잇따라

입원 병원 찾느라 경찰 진땀…또다른 범죄 발생 우려도
"관내 병원들이 모두 받아줄 수 없다는데, 어떡하죠."
지난 1일 오전 7시 20분께 서울 광진구 천호대교. 투신하려던 40대 남성을 가까스로 구조한 광나루지구대 경찰관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남성은 가족 관계와 실직 문제 등을 비관해 여러 차례 자살 신고를 한 이력이 있고, 이날도 상태가 안정되지 않아 응급입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광진구 내 정신의료기관들이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지구대원들은 3시간 가까이 이 남성을 데리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닌 끝에 오전 11시께 중랑구의 한 병원에서 겨우 입원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광나루지구대 관계자는 "10분이면 마무리될 일인데 병상을 찾느라 한참 소요됐다"며 "하필 이 시간에 신고가 몰려 인근 지구대에 2차례나 지원요청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동이 줄자 호송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도 곤혹을 느끼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면서 자해·타해 위험이 큰 사람이 발견돼 상황이 급박하면 의사와 경찰관 동의를 받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등으로 협력이 가능한 병원이 줄고, 나머지 병원들도 병상이 부족해져 신속한 입원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감염병 대응을 위해 병상 간 거리를 0.5m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돼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당 병상은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었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환자를 데리고 몇 시간씩 병원을 찾아 헤매다 보니 치안 공백 문제도 지적된다. 성동구의 한 지구대 팀장은 "최근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10시간이 걸린 적이 있다"며 "하루 12시간 근무인데, 그 순찰차는 그날 신고를 받고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병원이 구해지지 않는다고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보호 조치를 하기도 어렵다.

영등포구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 경장은 "경찰이 의료 전문기관이 아닌 만큼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높은 사람을 몇 시간씩 데리고 있는 것도 굉장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어 환자를 귀가시켰다가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중랑구에서는 조현병 환자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이 의료기관 입원이 거부돼 귀가한 다음 날 흉기 난동을 부려 이웃을 다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입원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가 코로나19와 겹쳐 심화된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예산을 투자해 정신 응급병상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일본 등은 경찰이 지정된 곳에 이송만 하면 되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지자체별 응급의료 수요를 미리 계산하고, 필요한 병상을 확보해 비워두는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