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잇몸 전자랜드, 이빨도 흔들린 오리온…2차전엔 달라질까

전자랜드, 12명 전원 득점하며 제 몫…오리온은 이대성·허일영 등 부진
외국인 선수 화력 대결에서도 전자랜드 '압승'
정규리그 4위 고양 오리온과 5위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은 전자랜드의 예상 밖 22점 차 완승으로 끝났다. 1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자랜드는 출전한 선수 12명 전원이 득점에 가담한 반면 오리온은 주전급 선수들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지금까지 총 46회 가운데 43회로 무려 93.5%나 된다.

만일 12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까지 전자랜드가 이긴다면 이 확률은 100%로 높아진다. 지금까지 프로농구에서 5전 3승제의 단기전에서 먼저 1, 2차전을 내주고 3∼5차전을 이겨 승부를 뒤집은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2패 후 2승을 거둬 5차전까지 끌고 간 사례도 2002-2003시즌 4강 창원 LG, 2012-2013시즌 6강 오리온, 2016-2017시즌 4강 오리온, 2018-2019시즌 6강 부산 kt 등 네 번이 전부다.

10일 1차전에서는 오리온 이승현, 전자랜드는 이대헌과 정효근 등 '빅맨'들이 부상으로 결장해 이들을 대신할 '잇몸'들의 역할이 변수였다. 오리온은 이 자리에 이종현(4점·7리바운드), 박진철(4점·8리바운드) 등을 세웠으나 신통치 못했고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디드릭 로슨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19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으나 이 중 15점은 이미 2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진 후반에 나온 득점이었다.

데빈 윌리엄스는 2점, 2리바운드에 그쳤다.
반면 전자랜드는 조나단 모트리가 31점, 17리바운드의 '원맨쇼'를 펼쳐 정효근, 이대헌 공백을 느껴지지 않게 했고 박찬호(4점·6리바운드), 민성주(4점·2리바운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신인 이윤기도 전반에만 10점을 넣는 등 플레이오프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전자랜드는 이대헌의 경우 2차전 이후 출전 가능성도 있어 오리온에 비해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도 덜한데다 1차전 쾌승으로 심리적 여유까지 갖게 됐다.

반면 오리온은 '잇몸'들이 부진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제 몫을 해줘야 할 '이빨'들인 이대성, 허일영, 로슨 등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강을준 감독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이대성은 10일 1차전에서 13점을 넣었으나 후반 무득점에 그쳤고 2점 야투는 7개를 시도해 하나도 넣지 못했다.

5득점을 올린 허일영도 3점슛을 터뜨리지 못했다.

2점 야투 성공률이 전자랜드가 58%(25/43), 오리온은 24%(11/45)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의 화력 대결에서 두 팀의 차이가 크다.

1차전의 경우 전자랜드 외국인 선수들이 39점, 18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합작한 반면 오리온은 21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였다.

1차전 승리 후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이대성의 투 포인트 게임을 잘 막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고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윌리엄스가 공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해줘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차전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던 두 팀의 희비가 12일 2차전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이번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