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예산안도 '트럼프 지우기', 교육·복지 집중…국방비 찔끔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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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DC 예산 20년 만에 '최대'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9일 교육·보건 분야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국방 분야는 소폭 증액에 그친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복지 확대엔 소극적이지만 국방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는 정반대 기조다.
트럼프 국경장벽 지출 대폭 삭감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이날 연방정부의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재량 예산을 1조5224억달러(약 1700조원)로 책정했다. 올해(1조4044억달러)보다 8.4% 늘어난 규모다.비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15.9% 증가한 7694억달러, 국방 예산은 1.6% 늘어난 7150억달러로 제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백악관이 제시한 내년 국방 예산은 실질적으론 ‘0.4% 감소’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매년 국방 예산을 3~5% 증액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신 교육 지출을 41%, 보건 지출을 23% 늘리는 등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기후변화 대처에 140억달러, 빈곤층 학교 지원에 200억달러, 신종 질병치료 개발에 65억달러 등을 새로 편성하고 코로나19 대처를 진두지휘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20년 만에 최대인 16억달러로 늘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사업인 국경장벽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예산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조롱하며 삭감하려 한 모든 프로그램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출 우선순위를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량 예산은 법적 의무 지출이 아니라 정부 필요에 따라 조정 가능한 예산이다.
‘바이든표 예산안’은 의회에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백악관의 예산 제안을 “자유주의자들의 희망목록 우선순위”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국방과 비국방 지출에서 우선순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