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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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스페인 독감으로 수천 만명의 사람이 사망한 100년 전, 종말론적 어조로 쓰여진 현대시의 고전 T. S. 엘리엇의 ‘황무지’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인 4월이 왜 ‘잔인’ 하다고 했는가?추운 겨울 꽁꽁 언 땅을 어린싹이 뚫어야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인가? 땅속 깊은 곳에 언 뿌리와 외부의 봄기운이 줄탁동시(啐啄同時) 해야 살아 나와 꽃을 피울 수 있다. 퍽 힘든 과정이다.
어쩌면 시인은 추억이나 욕망이 얼어버린 한겨울을 오히려 따뜻하게 느꼈나 보다. 감각 없는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시인의 의식은 깨어지고 다시 황무지의 현실로 돌아오는 절망감 때문에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 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시의 핵심은 첫 구절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 아니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Lilacs out of the dead land)로 본다. 싫든 좋든 살벌한 현실 세계로 부활하기 때문이다.시인 박목월은 ‘4월의 노래’에서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라고 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천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역시 현실 세계로 부활이다.
▲ 개나리와 시련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더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첫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분이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으나 여태 꽃 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사연은 매일 아침 좋은 말을 전해주시는 ‘마리아 킴’님이 지난해 필자에 보내온 글이다.
한국처럼 추운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지 않는다고 한다.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춘화현상(春化現象)’이라 한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百合),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런 얘기도 있다.
매년 가뭄과 폭우로 농사를 망치는 한 농부가 자기 마음대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하늘은 흔쾌히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농부의 말대로 해가 뜨고 비가 내렸다. 벼는 그 어느 해보다 잘 자랐다.
신이 난 농부는 벼를 베어서 쌀을 찌었는데, 웬일인지 모두 빈 쭉정이였다. 농부는 하늘에 따졌다. 하늘은 말했다. 난 네가 원 하는 대로 다 해주었다. 농부는 거친 바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꽃도 벼도 어려움을 겪어야 비로소 생명을 잇는 아름다운 꽃도 피고 열매도 만들어 영글게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과연 생물만 그럴까?
▲ 코로나로 인류가 추운 겨울에 묻혀있다.
오늘 현재 1억 2천9백만 명이 감염되었고 28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신종 코로나로 세계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8조 8천억 달러(약 1경 8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22년간 예산과 맞먹는다.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사람과 거리를 두게 하고, 입에는 재갈 같은 마스크를 물렸다. 수많은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던 비행기를 땅에 묶어 놓았다. 국가는 중세의 성곽처럼 문을 닫으며 지구의 질서를 멈추어 놓았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얼마나 갈지, 얼마나 더 커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에 존재하는 약 1조 개의 바이러스 중의 하나인 코로나가 19번이나 변종하며 만들어 놓은 일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전염병 발생 빈도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심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는 991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0대에는 1,924건, 2,000년에는 3,420건으로 많이 증가하였다.앞으로도 이러한 발생 빈도의 증가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팬데믹 2.0’이 곧바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당장 현재 코로나도 단기간 내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내는 괴력을 보인다.
코로나 19 신종 바이러스는 자신이 살기 위하여 사람을 숙주로 택한 것뿐이다. 이런 환경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동안 사람들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 식물 등이 자기를 위해 있는 것인 양 잘못 알고 정복자 행세하며 마음대로 훼손하여 벌어진 일이 아닐까.
무서운 자연의 경고다.
인간은 급속하게 만든 백신으로 언 땅속 라일락 뿌리에 봄비가 스미게 하듯 부활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이길 것이고 부활할 것이다.
신앙 세계에서도 내가 죽어야 성령이 산다고 하듯이, 인체 내 세포들도 매일 죽어야 새 세포가 나와야 산다고 한다. 죽어야 사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리라…
▲ 정치와 자식 교육
국민의 힘은 지난 총선을 포함해서 내리 4번이나 선거에 참패를 당했다. 지금은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 선거에 지고 나서 여의도 공터에 천막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 스스로 천막에 들어가 선거를 진두지휘하여 선거에 승리,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1987년 전후로 해서 혹독한 겨울을 지낸 사람들이 많다. 친구 집에 숨어서, 아스팔트에서 20여 년간 모진 세월을 보낸 586이다. 그들은 싸움과 선거에는 달통해 있다.
지난 총선까지 아직도 주류라고 착각하고 세상이 변한 것을 실감하지 못한 국민의힘 수준으로 현재의 여당을 선거에 이기기 어려웠다.
대중을 흡수하는고도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때로는 조직원들 스스로가 자기 팔다리를 자르는 희생을 감수하며, 같은 편이 흠이 있어도 똘똘 감싸 안을 줄 아는 지금의 여당을 이긴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필자는 지난해 4월 한 언론 칼럼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누가 당을 맡든 당의 살가죽을 벗겨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광야로 내몰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본능을 깨우쳐야 한다.
그것이 살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혁신(革新)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품격과 자기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한 보수의 탄생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4월 7일 서울 및 부산시장 선거이다.
과연 언 땅속에 있었던 국민의힘 뿌리에 유권자들의 봄기운이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뿐이 아니다. 요즈음 자녀 한 명이 대세다. 자식 농사 역시 옥이야 금이야 온실에서 키우면 작은 바람에도 쓰러진다.
어려서부터 칼에 손이 베이기도 하고 거친 흙도 먹어보며, 배고픔도 알고 커야 제대로 알이 꽉 찬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인생의 긴 항로에서 모진 풍파도 이겨낼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보는 자살 소식이 절대 미담이 될 수 없다. 애들이 배울까 두렵다.
생을 달리 한 그들은 아쉽게도 추운 겨울 땅속 잠든 뿌리가 버텨서 봄비로 깨어나는 부활의 의미를 미처 몰랐으리라…코로나의 겨울은 인류의 의지로 끝이 나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듯 우리는 싫든 좋든 현실의 황무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부활의 달이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박대석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스페인 독감으로 수천 만명의 사람이 사망한 100년 전, 종말론적 어조로 쓰여진 현대시의 고전 T. S. 엘리엇의 ‘황무지’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인 4월이 왜 ‘잔인’ 하다고 했는가?추운 겨울 꽁꽁 언 땅을 어린싹이 뚫어야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인가? 땅속 깊은 곳에 언 뿌리와 외부의 봄기운이 줄탁동시(啐啄同時) 해야 살아 나와 꽃을 피울 수 있다. 퍽 힘든 과정이다.
어쩌면 시인은 추억이나 욕망이 얼어버린 한겨울을 오히려 따뜻하게 느꼈나 보다. 감각 없는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시인의 의식은 깨어지고 다시 황무지의 현실로 돌아오는 절망감 때문에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 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시의 핵심은 첫 구절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 아니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Lilacs out of the dead land)로 본다. 싫든 좋든 살벌한 현실 세계로 부활하기 때문이다.시인 박목월은 ‘4월의 노래’에서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라고 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천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역시 현실 세계로 부활이다.
▲ 개나리와 시련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더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첫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분이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으나 여태 꽃 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사연은 매일 아침 좋은 말을 전해주시는 ‘마리아 킴’님이 지난해 필자에 보내온 글이다.
한국처럼 추운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지 않는다고 한다.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춘화현상(春化現象)’이라 한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百合),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런 얘기도 있다.
매년 가뭄과 폭우로 농사를 망치는 한 농부가 자기 마음대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하늘은 흔쾌히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농부의 말대로 해가 뜨고 비가 내렸다. 벼는 그 어느 해보다 잘 자랐다.
신이 난 농부는 벼를 베어서 쌀을 찌었는데, 웬일인지 모두 빈 쭉정이였다. 농부는 하늘에 따졌다. 하늘은 말했다. 난 네가 원 하는 대로 다 해주었다. 농부는 거친 바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꽃도 벼도 어려움을 겪어야 비로소 생명을 잇는 아름다운 꽃도 피고 열매도 만들어 영글게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과연 생물만 그럴까?
▲ 코로나로 인류가 추운 겨울에 묻혀있다.
오늘 현재 1억 2천9백만 명이 감염되었고 28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신종 코로나로 세계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8조 8천억 달러(약 1경 8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22년간 예산과 맞먹는다.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사람과 거리를 두게 하고, 입에는 재갈 같은 마스크를 물렸다. 수많은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던 비행기를 땅에 묶어 놓았다. 국가는 중세의 성곽처럼 문을 닫으며 지구의 질서를 멈추어 놓았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얼마나 갈지, 얼마나 더 커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에 존재하는 약 1조 개의 바이러스 중의 하나인 코로나가 19번이나 변종하며 만들어 놓은 일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전염병 발생 빈도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심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는 991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0대에는 1,924건, 2,000년에는 3,420건으로 많이 증가하였다.앞으로도 이러한 발생 빈도의 증가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팬데믹 2.0’이 곧바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당장 현재 코로나도 단기간 내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내는 괴력을 보인다.
코로나 19 신종 바이러스는 자신이 살기 위하여 사람을 숙주로 택한 것뿐이다. 이런 환경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동안 사람들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 식물 등이 자기를 위해 있는 것인 양 잘못 알고 정복자 행세하며 마음대로 훼손하여 벌어진 일이 아닐까.
무서운 자연의 경고다.
인간은 급속하게 만든 백신으로 언 땅속 라일락 뿌리에 봄비가 스미게 하듯 부활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이길 것이고 부활할 것이다.
신앙 세계에서도 내가 죽어야 성령이 산다고 하듯이, 인체 내 세포들도 매일 죽어야 새 세포가 나와야 산다고 한다. 죽어야 사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리라…
▲ 정치와 자식 교육
국민의 힘은 지난 총선을 포함해서 내리 4번이나 선거에 참패를 당했다. 지금은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 선거에 지고 나서 여의도 공터에 천막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 스스로 천막에 들어가 선거를 진두지휘하여 선거에 승리,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1987년 전후로 해서 혹독한 겨울을 지낸 사람들이 많다. 친구 집에 숨어서, 아스팔트에서 20여 년간 모진 세월을 보낸 586이다. 그들은 싸움과 선거에는 달통해 있다.
지난 총선까지 아직도 주류라고 착각하고 세상이 변한 것을 실감하지 못한 국민의힘 수준으로 현재의 여당을 선거에 이기기 어려웠다.
대중을 흡수하는고도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때로는 조직원들 스스로가 자기 팔다리를 자르는 희생을 감수하며, 같은 편이 흠이 있어도 똘똘 감싸 안을 줄 아는 지금의 여당을 이긴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필자는 지난해 4월 한 언론 칼럼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누가 당을 맡든 당의 살가죽을 벗겨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광야로 내몰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본능을 깨우쳐야 한다.
그것이 살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혁신(革新)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품격과 자기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한 보수의 탄생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4월 7일 서울 및 부산시장 선거이다.
과연 언 땅속에 있었던 국민의힘 뿌리에 유권자들의 봄기운이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뿐이 아니다. 요즈음 자녀 한 명이 대세다. 자식 농사 역시 옥이야 금이야 온실에서 키우면 작은 바람에도 쓰러진다.
어려서부터 칼에 손이 베이기도 하고 거친 흙도 먹어보며, 배고픔도 알고 커야 제대로 알이 꽉 찬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인생의 긴 항로에서 모진 풍파도 이겨낼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보는 자살 소식이 절대 미담이 될 수 없다. 애들이 배울까 두렵다.
생을 달리 한 그들은 아쉽게도 추운 겨울 땅속 잠든 뿌리가 버텨서 봄비로 깨어나는 부활의 의미를 미처 몰랐으리라…코로나의 겨울은 인류의 의지로 끝이 나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듯 우리는 싫든 좋든 현실의 황무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부활의 달이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