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섭 칼럼] 다섯 단계를 올라 힐링의 공간과 시간을 만났다, 사니다...

참, 예쁘다!

인적이 드물었던 2만 8천 평의 야산에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씩 다녀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멀어도 언젠가는 도착하겠지’라는 능청에 서울 잠실을 기준으로 약 1시간 30분이 걸려 야산으로 네 바퀴는 거침없이 달린다. 그동안 자주는 아니어도 그 도시로 가끔 여행을 다녔었다. 평일을 감안하더라도 그곳으로 가는 내내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사람도, 차도, 풍경도 모두가 하나같이 고요함으로 밀려왔다.나지막이 얕은 언덕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바로 보이는 시야에 산을 담는다. 산에서 산으로…
돌계단을 올라 작은 캠프화이어를 연상시키듯 나무를 태우며 담소를 나누었을 곳이 보인다. 정감 어린 곳을 지나 왠지 문을 열어보고 싶은 건물로 들어선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 향기가 그윽하게 코끝을 자극해온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루프탑으로 올라갔지만, 아직은 쌀쌀했던 날씨에 사용을 거의 안하고 몇 개의 테이블만이 놓여 있었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니 숲 속에 큰 정자가 보여 발길을 옮긴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철문이 참 예쁘고 고풍스러워 마치, 중세 유럽의 귀족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산을 담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너른 잔디밭, 시원한 작은 폭포와 연못, 나만의 사색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좋을 벤치, 넓은 정자, 그리고 가슴을 활짝 열어 봄을 맞이해야 할 것 같은 솔 밭이 있다. 그곳에는 맑은 공기가 가득히 모여 듣던데로 힐링타운을 이루고 있었다. 솔 밭에 들어서는 순간, 강원도 정선의 생태수목원이 생각났고, 무수히 많은 나무로 우거진 솔 밭에서 거닐고 명상에 잠겼던 그곳에 안기는 것처럼 싱그러웠다. 추억을 안겨주는 너를 만나서 참, 고맙고 감사해!
이 사색에 앉으면 복잡하지 않고, 산 밖에 보이지 않는 시선에 마음은 평온할 것 같았다. 삶에 지쳐 고개를 떨군 풀은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삶에게 고백해야 할 말을 대신 해주었지! 필자는 마음으로부터 많은 눈물이 흐를까봐 저 사색에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화 시켜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초록으로 물들었을 이 즈음에 다시 가서 앉을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보리라.

그곳에서는 산에서 산을 담지 못했다.
싱그러움이 우거진 솔 숲에 앉아 맑고 상쾌한 공기를 흠뻑 마시고는 힘을 내어본다. 한 발짝 떼어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정겨운 시골 풍경과 산책길이 있고, 정겨운 풍경은 이내 마음을 녹여준다. 힐링타운으로 오는 길도 내내 조용하고 정겨웠지만, 아무도 없었던 이곳에서는 박과 다래, 텃밭의 흔적만이 어떤 곳 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초록잎으로 물들 때 다시 가보고 싶은 이유다. 아니, 사계절을 안아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에코 힐링타운 복합공간’이 되길 바래본다. 반가웠고, 커피 향기가 그윽했던 그곳에서 찬란한 여명과 황홀한 노을을 만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그리워한다. 산에서 산을 담는 시선, 원주 사니다…!

심흥섭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