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의 정책프리즘] 비용편익분석을 위한 과제

글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바이오 분야의 비용편익분석은 방법론상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유일한 문제는 자료의 부족이다. 화폐화와 계량화는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다소 껄끄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필자는 재작년부터 바이오 분야의 규제개혁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해왔다. 현재의 강고한 규제를 완화하면 국가경제사회에 어떤 순편익(편익에서 비용을 제한)이 발생할 것인지를 보아왔다. 그 과정에서 희귀·난치 질환 의료비 절감 효과, 관련 분야 기업들의 매출변화율, 고용변화율 등의 자료가 필요하였지만, 직접적으로 관련된 변수와 통계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비용편익분석을 원하는 만큼 정교하게 수행하기는 어려웠다.이런 파라미터들의 개념을 잘 음미하면 주로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에서 주장하고 선언해야 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산업계나 연구자는 계속해서 기업과 연구계의 불편한 점과 사회에 잠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서 토론하며 정책이나 제도 담당자들에게 소리 높여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비용편익분석도 가능해지고 합리적 제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즉 분석을 위해서는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
①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 규제개선의 비용편익분석
정부는 민간유전자검사기관이 잘못된 검사결과를 국민에게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검사 허용 항목의 범위를 웰니스(현재 70항목)로 제한하고 있다. 질병항목에 대해서도 DTC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면 국가경제사회적으로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비용편익분석의 관점에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도출하여 비용으로 상정하였다.

DTC 유전자 검사항목을 확대할 경우, 검사 오류로 소비자에게 부적절한 결과 해석을 야기할 수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보험 가입 및 채용에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비용 항목의 경우는 다양한 규제대안을 통해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다. 즉 적합한 규제대안을 마련할 경우 우려하는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연관성 규명이 아직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은 유전정보의 경우, 유전자검사 해석의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다만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를 통해 유전자의 생물학적·의학적 영향에 대한 연관성을 입증할수록 이 리스크는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해당 리스크 변수는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 범위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DTC 유전자검사 항목이 질병 범위까지 확대되면, 다음과 같은 편익이 발생한다. 국민은 개인별 맞춤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을 통해 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산업계는 바이오산업의 활성에 따른 직접적인 매출의 증가를 얻게 된다. 또한 기술경쟁력 확보에 따라 사회 전체의 편익이 증가한다.

도출된 편익 항목 중 ‘바이오산업의 활성’을 정량 추정하기 위해서 그 일부에 해당하는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산업 확대 효과’와 ‘국내 DTC 유전자검사 산업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하였다. 편익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 분야 총생산액, DTC 유전자검사사업 매출변화율, DTC 유전자검사업체 고용변화율, 편익발생기간 등의 자료가 필요하다.다만 DTC 유전자검사 범위 확대에 따른 고용변화율과 매출변화율에 대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허용항목 추가 절차의 간소화·상시화 규제개선에 대한 예상 매출변화율 수치를 사용하였다. 이는 허용범위 확대 규제개선의 경우보다 다소 축소되어 산정된 수치이다.

분석 결과, 규제개선으로 인한 국내 DTC 유전자검사 산업 확대 효과의 편익은 최소 1조585억7200만 원이고, 고용창출효과는 최소 3만6704명이다.

② 유전자치료 연구범위 규제개선의 비용편익분석
정부는 인간존엄 및 인체위해 방지의 이유로 생명윤리법에서 유전자치료 연구의 허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유전자치료 연구범위를 모든 질병으로 확대하였을 때 환자, 국민 그리고 산업계에 발생 가능한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였다.모든 질병으로 유전자치료 연구범위가 확대될 경우 발생 가능한 리스크로부터 도출된 비용은 다음과 같다. 전장유전체에 대한 정보 부족 및 기술의 불안전성에 따른 치료 부작용, 유전형질 변형에 따른 미래 세대의 영향 등이 있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은 다양한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과 분석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다양한 질병, 인종 등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심층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이에 따라 질병과 유전자 기능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전장유전체 정보 부족에 따른 리스크는 점차 감소할 것이다.

유전자치료 연구범위가 확대되면 다음과 같은 편익이 발생한다. 희귀·난치질환의 치료 기회 확대로 국민 및 환자의 건강 증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산업계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편익 항목 중 ‘바이오산업 활성’을 정량 추정하기 위해서, 그 일부에 해당하는 국내 암 질환 의료비 지출 절감효과와 유전자치료제 산업 효과를 추정하였다.

유전자치료 규제개선에 따른 바이오산업 활성을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질병의 의료비 지출 절감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부족하여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으로 인한 의료 지출비용 감소 효과를 추정하였다.

다만 지표 분석 시점에는 규제개선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표 예측 및 지수 산정이 가능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부 규제개선 효과만을 추정하였다. 그 결과, 국내 암 질환 의료비 지출 절감효과의 편익은 최소 2조112억1200만 원이며, 유전자치료제 산업 확대 효과에 따른 편익은 최소 1조329억2100만 원이다.

③ 잔여배아 연구범위 규제개선의 비용편익분석
생명윤리법으로 잔여배아 연구의 허용범위는 다발경화증, 백혈병, 심근경색증 등 22여 종의 희귀난치병 치료목적으로 제한하였다. 이에 잔여배아 연구범위를 다양한 질병 및 기초연구로 확대하는 규제완화를 상정하고 환자, 국민 그리고 산업계에 발생할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였다.

다양한 질병 및 기초연구로 잔여배아 연구범위가 확대될 경우, 발생 가능한 리스크로부터 도출된 비용은 유전체 편집기술의 불안정성에 따른 모자이크 현상 발생,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유전형질의 빈부격차, 잔여배아의 상업화 등이 있다. 모니터링시스템과 가이드라인 등 안전장치가 마련되면, 기술 오남용을 예방함으로써 기술 안전성을 높이고 법적·윤리적 논란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더불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생 가능한 리스크도 감소한다. 2017년 국내 연구진은 난자와 정자의 수정 단계에서 유전자편집을 수행할 경우 모자이크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잔여배아 연구범위 규제가 개선될 경우 다양한 편익의 발생이 예상된다. 희귀·난치질환의 치료 기회 확대로 국민 및 환자의 건강 증진, 줄기세포 해외 시술 의료비 절감효과 등이 있다. 산업계 측면에서는 기술경쟁력 확보와 바이오산업의 활성화,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과 바이오의약품 부가가치 확대 등이 있다.

편익 항목 중 ‘희귀·난치질환 의료비 지출 절감효과’를 정량 추정하기 위해 의료비 절감률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질환의 종류 대비 질환별 환자 수가 적은 편이므로 전체 의료비로 의료비 절감률을 추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이에 2011년에 국내에서 개발한 희귀·난치질환 의약품의 약제비 절감 사례를 참고하였으나, 규제개선의 결과물로 희귀·난치 질환을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을지 산정하기 어려워 의료비 절감률을 보수적으로 가정하였다. 분석 결과, 희귀·난치질환 의료비 지출 절감효과에 따른 편익은 최소 871억4600만 원이며, 바이오의약품 산업 확대 효과에 따른 편익은 최소 2조4380억3100만 원이다.

관련 통계의 필요
종합하면 현행 DTC규제의 항목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생명바이오분야 과학기술연구의 연구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국가경제사회적 편익이 6조 원을 상회하며 고용효과도 몇 만 명 수준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초래할 추가적인 리스크는 이 분야의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과 가역성(reversibility)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비용편익분석의 정교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관련 개념의 개발과 통계가 필요하다. 이것들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산업계에서 합의하고, 주장하고, 주창해야 할 과제이자 의무이다. 생명바이오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저자 소개>

김태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사업평가국장으로 근무했고,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과 간사위원을 역임했다.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행정, 경영, 경제를 두루 섭렵한 석학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