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주도권 다툼 본격화…朱·安 서로 "입장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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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최대한 빨리 의견 달라"야권 통합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문제를 놓고 서로 입장을 정리하라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승리 후 합당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본격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독자 全大' 카드로 압박할 수도
안철수 "그쪽도 의견통일 안돼"
합당 과정서 '지분 챙기기' 포석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당에서 (합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견을 요청했다”며 “국민의당의 의견을 전달받으면 우리 쪽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권한대행은 답변 시한에 대해선 “가급적 빨리 의견이 정리되는 대로 알려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신속한 합당’을 위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합당에 접근할지 국민의당이 먼저 입장을 밝혀 달라는 것이다.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14일까지 합당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께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출 등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독자 전당대회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도 의견이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내부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당에만 ‘합당안’을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선(先) 합당 후(後) 전당대회’와 ‘선 전대 후 합당’으로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오늘부터 시도당부터 시작해 (합당과 관련해)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저희가 (합당 논의에) 주춤한다고 하는 표현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야권에서는 두 정당의 신경전이 오래 지속될 경우 합당하더라도 앙금이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주 권한대행과 안 대표가 벌이는 ‘밀당’(밀고 당기기)이 소속 정당의 이익 외에 각자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 이전에 합당에 성공하면 주 권한대행이 야권 통합이라는 의제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대표 선거에서도 주 권한대행이 우위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합당 과정에서 확실한 정치적 지분을 챙기려면 먼저 패를 보여주기보다는 국민의힘에서 무엇을 챙겨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양측 모두 정치적 계산에 앞서 통큰 결단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려면 당장의 당략보다는 무엇이 도움이 되는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