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대표 경선 '親文 vs 非文'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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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박완주 '양자대결' 확정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윤호중·박완주 의원의 양자 대결로 확정됐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윤 의원과 계파색이 옅어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 의원이 격돌한다. 윤 의원은 부패 척결을 앞세운 ‘이기는 민주당’을, 박 의원은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재·보궐선거 패배 후 터져 나오고 있는 당 개혁 요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다.
尹, 이해찬과 가까운 당권파 친문
"강력한 당·정·청 협력체계 구축"
朴, 당내 최대 모임 더미래 소속
"변화·혁신으로 민주당 가치 복원"
자성론 쏟아낸 초·재선 표심 주목
안규백 의원은 불출마
두 의원이 12일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윤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당을 혁신해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들기 위해 나선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네 번째 민주 정부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 친문 의원으로, 이해찬 지도부에서 21대 총선 공천 작업을 주도했다.상대적으로 친문 색채가 옅다는 평가를 받는 박 의원은 “(21대 총선 승리 후) 민생도 개혁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며 “변화와 혁신으로 민주당의 가치를 복원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은 ‘86그룹’의 일원으로 당내 의원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대표를 맡았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도 활동했다.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안규백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尹 “당정청 협력”, 朴 “정치 정상화”
투표권을 가진 여당 의원들의 성향상 친문 핵심인 윤 의원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재·보선 참패 뒤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윤호중 대세론’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윤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도로친문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윤 의원은 당장 초·재선 모임 정례화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윤 의원은 “선수별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대표의원을 원내 지도부에 임명해 의원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초·재선 의원 모임도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정책 결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당정 협의를 제도화해 정책 역량을 높이고 강력한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당내 비주류로 평가받았던 박 의원은 당에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박 의원은 “상임위원장 조정과 배분을 (야당과) 재논의해 정치를 복원하겠다”며 민주당이 독차지한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일부 양보할 의사도 내비쳤다.
재·보궐선거 원인이 자당에 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다시 고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부동산 정책 등 입법 방향에 대해서도 “전체 틀을 후퇴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는 13일과 15일 각각 1·2차 토론회를 거쳐 16일 오전 선거에서 최종 결정된다.
초·재선 ‘쇄신론’ 어디로 갈까
이날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긴급 회의를 연 뒤 조만간 당 쇄신 방향 등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14일 원내대표 후보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열고 선거 패배 원인부터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쇄신 방향은 이날 제시하지 못했다. 후보들에게 쇄신 의견을 전달하자는 수준의 의견을 교환하는 데 그쳤다.일각에선 지난 9일 ‘공개반성문’을 통해 분출됐던 초선 의원들의 쇄신론이 강성 친문 지지층의 항의 이후 동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얘기가 없었다”고 했다.
재선 의원 회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도부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특정 인물에 대한 책임론은 삼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강성 친문 지지층의 강한 항의가 쇄신 분위기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30세대 의원들이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사태’를 거론한 뒤 ‘초선 5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초·재선 전체가 위축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