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페미니즘이 성경?" vs 태영호 "20대女 외면 반성을"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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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대 남성 72%의 몰표를 받은 것을 반(反)페미니즘 정서로 해석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 전 최고위원의 이런 인식은 여권 인사들이 대놓고 벌이는 '갈라치기' 전술과 조금도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권 인사들은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과가 나오자마자 "20대 남자들이 군대 갈 때 여자들은 사회 봉사해야 한다(류근 시인)"라거나 "여성 차별의 그물이 많은 영역에서 거두어졌다(황교익 씨)" 등의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이전에는 "20대 남성들은 축구도 봐야 하고 '롤(LOL)'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여성들은 공부를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며 20대 남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내놓은 여권입니다. 갈라치기로 잃은 표심을 갈라치기로 회복하려는 모습입니다.

친(親)여성을 부르짖더니 성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른 여당 인사의 이중성 역시 분노의 지점일 겁니다. 여성을 '약자'라는 지위에 무조건 두고 기계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펼친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 역시 있을 것입니다. '여성의당', '기본소득당' 등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었던 20대 여성과 달리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20대 남성이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분노를 남녀 대결로 축소해 이해하는 건 제1 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20대 여성의 40.9%도 국민의힘에 투표했습니다. 지난 총선(25.1%)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특정 사상이나 집단에 대해 증오와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표를 얻으려는 행태는 이제는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20대 남성의 분노와 20대 여성의 외면을 사려 깊게 들여다보는 게 정부·여당의 실책에 의해 '어부지리'로 국민의 지지를 얻은 야당에 더 생산적인 일이 아닐까요?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