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배 추종 ETF'에 꽂힌 서학개미…두 달 수익률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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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상승에도 손실
'마이너스 복리효과' 탓에 장기투자에 불리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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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레버리지 ETF는 '초단기투자상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확한 시점에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손실을 만회하려다 의도치 않게 장기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 상품에 지난 2개월간 투자한 투자자의 수익률을 분석해 봤다. 이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19% 올랐다. 이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iShares PHLX SOX Semiconductor ETF(SOXX)는 이와 비슷한 1.11%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수 상승에 3배로 베팅하는 SOXL은 오히려 5.86% 손실을 봤다. 이 기간 지수는 올랐는데 3배 추종 상품은 오히려 손실을 낸 것이다.
지수 등락이 반복되면 원금을 까먹는 ‘음(-)의 복리 효과’ 때문이다. 지수가 첫날 20% 하락한 뒤 다음날 원금을 유지하려면 25%가 올라야 한다. 똑같이 20%가 오르면 결과적으로는 손실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이런 음의 복리효과를 극대화한다. 레버리지 상품이 투자 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두 배, 세 배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다른 레버리지 상품도 마찬가지다. 코스닥지수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21년만에 10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KODEX코스닥150 레버리지는 2018년 1월18일 2만746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12일 종가는 1만5345원으로 고점 대비 44%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닥150 지수는 약 11% 하락하는데 그쳤다. 반면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률은 이렇게 커진 것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3배 레버리지 상품은 일주일 이상 투자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며 "지수의 변동이 클수록 침식효과도 커지고, 한 번 크게 하락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투자에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믿는 투자자일수록 지수를 따라가는 일반 ETF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미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