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주의 후퇴, 돌다리를 두드리는 시간 [애널리스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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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중국 주식시장은 대표적인 우량주 중심의 시장이다. 최근 5년간 중국 증시의 등락 속에서도 우량 대표주와 주식형 펀드는 매우 양호한 성과를 이어왔다. 전통산업 구조조정과 주식시장 개방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자 비교적 편안한 투자구간이었다.
3월 중국 증시 조정은 성장 대표주가 급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춘절 이후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상해증시와 홍콩H증시가 3월 저점 기준, 각각 고점 대비 8.5%, 12.1%의 가격 조정이 나타났으나 중국의 성장을 대표하는 3대 테마인 전기차, 플랫폼, 내수 대표주는 각각 37.9%, 25.7%, 25.3%에 달하는 급락세를 보여주었다. 아픈 조정이다.중국 성장주 급락은 미국의 금리발작과 중국 정책당국의 유동성 긴축 우려에서 촉발되었으나 찬물을 쏟아 부은 것은 대형 기관의 물량 출회였다. 코로나 백신 투입이 본격화되면서 비싼 성장주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민감주로 매수세가 이동하였다. 중국 주식형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상위 20개 종목군의 퍼포먼스는 2018년 이후 3년간 상해지수 대비 +172.3%p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왔으나 3월 조정 조정폭은 -23.1%에 달해서 상해지수에 비해 14.6%p나 뒤쳐졌다.
2분기 중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유동성 축소와 펀더멘탈 개선이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점진적인 유동성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나 올해 내 긴축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반면에 춘절 이후 중국의 활동성 소비가 강한 반등을 시작하고 있다. 2분기 중국 증시의 반전 모멘텀은 펀더멘탈 개선이다. 올해 중국 증시는 질적 변화가 동반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보다는 경기 회복을 겨냥한 경기민감 섹터가 퍼포먼스 면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 실적 장세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시장의 관심은 3월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성장주가 될 것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하고 있는 2035년 중국의 선진국 진입 전략의 큰 그림은 “내수대국, 시장 대개방, 친환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 친환경, 플랫폼 대표주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굳건하나 성장주에 대한 저점 매수 전략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기관이 보유한 상위 20개 종목의 밸류에이션은 3월 조정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PER 40.4배로 최근 10년 평균치인 24.5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중국 공모펀드의 급성장은 기관이 선호하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
코로나 펜데믹의 고통스러운 시점을 승승장구하며 통과했던 중국 성장주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중국 성장주의 반등은 소비주와 친환경 밸류체인으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코로나가 안정화되면서 활동성 소비가 강한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4월 청명절의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의 95% 수준을 회복하였고 5월 노동절 소비시즌은 코로나 이전을 능가하는 소비폭발을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이연된 중국의 소비여력은 1.7조 달러에 달하고 있어 해외여행 자유가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이 이어지는 강력한 소비반등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관련주는 성장주 조정 환경 속에서 전기차 밧데리 보조금 축소의 이슈도 주가 조정을 야기하였다. 14차 5개년 개발규획을 확정하면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의 큰 정책 그림에서 명확한 친환경 정책 기조를 보여주었다. 전기차 밸류체인의 경우 신모델 출시가 이어지고 실적이 확인되는 2분기에 반등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