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방 나와 '모텔살이' 생후 2개월 아이에게 닥친 비극

지난 6일 사기 수배자 20대 친모 구속 후 자녀 돌봄에 어려움
보육시설 입소 앞두고 심정지…경찰, 친부 학대 여부 조사 중
"평소 아이들 아빠가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자식한테 애착도 있어서 학대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13일 생후 2개월 여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 2층 객실은 지난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끔히 정리된 상태였다.

모텔 주인 김모(56)씨는 "객실 안에는 부모의 여벌 옷을 비롯해 분유 2통과 유모차, 아이들 옷가지와 장난감만 있었을 뿐 크게 살림살이로 볼만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곳에 머물던 생후 2개월 A양은 이날 0시 3분께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인근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친부 B(2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김씨가 A양 가족을 처음 만난 것은 약 3주 전인 지난달 21일이었다.

A양의 20대 부모는 자녀 둘을 데리고 매일 3만5천원의 숙박비를 내가며 3평 남짓한 모텔 객실에서 지냈다.김씨는 "보통 음식은 배달을 시켜 먹었고 아이들은 분유를 먹이는 것 같았다"며 "종종 가족 모두 외출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던 A양의 친모(22)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들 가족의 보육 형편은 급격히 나빠졌다고 했다.

김씨는 "아빠 혼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힘들어 보여서 밥을 차려준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보채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어 "생후 19개월 오빠도 계속 분유를 먹이길래 이유식을 사서 넣어주기도 했다"면서 "오늘 방 정리할 때 보니 그대로 남아있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는 친부 B씨가 A양을 학대했을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딱한 마음이 들어 아이 목욕을 시켜주려고 물었더니 본인이 같이 욕조에 들어가 무릎에 눕혀놓고 씻겼다고 했다"며 "아이들에게 애착이 있었다"고 했다.

A양 가족은 지난해 11월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 집을 얻고 전입 신고를 했으나 월세 문제로 집주인과 마찰을 빚다가 지난달부터는 부평구 모텔로 옮겨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주거급여 수급자로 분류돼 매달 15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긴급생계지원 서비스를 신청해 3개월간 100만원씩 지원받기도 했다.
남동구는 A양의 친모가 체포된 다음 날인 지난 7일 이곳 모텔을 찾아 친부 B씨에게 자녀들의 보육시설 입소나 일반 가정 위탁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은 일자리를 구하고, 아이들은 보육시설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공무원들은 A양이 머물던 숙소를 찾았을 때 아이들의 건강이나 청결 상태는 양호했고, 객실 안도 대체로 잘 정리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당초 A양과 오빠는 이날 보육시설 입소 전 건강검진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밤 A양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며 오빠만 홀로 입소한 상태다.

경찰은 B씨를 긴급체포해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학대 정황이 담긴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남동구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갔을 때 학대 정황은 전혀 없던 상황이라 절차에 맞춰 입소가 예정돼 있었다"며 "A양의 오빠는 현재 미추홀구 소재 보육시설에 입소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