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내식당 개방 돌고돌아 신세계·풀무원 최종 선정

공개 경쟁입찰에서 2개사 최종 선정
"중소업체, 수천명 규모 사내식당 운영 버거워"
대기업 사내식당을 외부업체에 개방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주문에 따라 삼성, LG, CJ 등 기업이 입찰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천명 규모의 사내식당을 운영할 역량이 되는 업체가 한정돼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외부 급식업체 경쟁입찰에서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를 최종 선정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경기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 내 사내식당을 각각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가 맡게 됐다. 공개 경쟁입찰인 만큼 공정하게 심사한 결과 신세계와 풀무원이 선정됐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체명을 가린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직원들에게 맛 평가를 받았고, 기존 사내식당 운영 실적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공고가 올라온 이번 입찰에는 약 20개 업체가 참여했다. 서류심사와 더불어 △메뉴 구성과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프레젠테이션 △업체의 인프라와 위생 등을 점검하는 현장 실사 △임직원 음식 품평회 등 총 3단계에 걸쳐 심사가 이뤄졌다.

경쟁입찰 방식인데도 대기업인 신세계푸드가 중견기업인 풀무원이 선정된 이유는 운영 능력에 있다는 게 급식업계의 설명이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수천명 규모 사내식당 운영 경험이 없던 업체들이 갑자기 대규모 식당을 운영하기는 무리"라며 "품질과 위생 등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공정위는 삼성·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기업과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사내식당을 외부업체에 개방하고, 중소기업을 우선 고려하라는 게 행사의 골자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친족기업인 단체급식 상위 5개사가 수의계약으로 운영권을 따내면서 단체급식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보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 등에는 "사내복지인 사내식당을 중소기업에 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 "국가에서 사내식당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 등 불만 글이 올라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