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상승에도 증시는 랠리…"반도체·인터넷·2차전지 주목" [분석+]

미 3월 CPI, 9년 만에 가장 큰 폭 상승
기존 시장 예상 벗어나 위험자산 '랠리'
외국인 귀환 가능성 커진 국내 증시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에도 미국 증시는 오르고 채권금리는 떨어졌다. 기존 시나리오와 정반대의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이 안정되고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시장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는 반도체 인터넷 2차전지 등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미 3월 소비자물가지수, 9년 만에 가장 큰 폭 상승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CPI는 전월보다 0,6% 올랐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3%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했을 때 CPI는 2.6%, 근원 CPI는 1.6% 각각 급등했다.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인한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져서다. 다만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 우려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와 근원 CPI 모두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며 "시장은 이달 말 나오는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에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목하는 지표로, 수요 기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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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상승에도…위험자산 강세

미국 물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심리가 훼손되진 않고 있다. 앞서 시장은 소비자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가 오르고 위험자산이 약세를 보이는 시나리오를 우려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8.13포인트(0.2%) 하락한 33,677.27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60포인트(0.33%) 오른 4141.59, 나스닥지수는 146.10포인트(1.05%) 뛴 13,996.10에 장을 마쳤다.

그간 증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31% 내린 연 1.618%를 기록했다. 지난 12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연 1.744%까지 치솟기도 했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에는 부담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증시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져서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우려했던 미국 3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 증시 분위기의 반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금리·달러 안정…韓 시장 투자 매력 높아져

아울러 채권금리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물가지표는 상승하겠지만 인플레이션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미국 3월 임금 상승률이 전월 대비 0.1% 하락했고, 유가도 60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무엇보다 Fed 위원들의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진정시켜주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자 달러도 안정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91.84를 기록했다. 미 10년물 채권금리가 연 1.7%대로 치솟았을 당시 93.32까지 뛰었다. 달러가 하락하면 반대 위치에 있는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을 국내시장에 불러들이는 요인이다.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식시장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 국내 수출, 기업 호실적 전망 등은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인 △반도체 △인터넷 △2차전지 △자동차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기민감 △금융 △내수업종은 단기적인 측면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기민감주와 금융주는 추격매수를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