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고 했는데"…'뇌출혈' 2개월여아 출생 모텔주인의 탄식

"지난해 6∼7월부터 20번 넘게 모텔에 오더니 딸까지 출산"
"지난해 여름부터 어린아이를 데리고 20번 넘게 하루 이틀씩 모텔에 와서 지냈어요. 모텔에서 아이까지 낳아 동사무소에 여러 번 연락해 큰일 날 거 같다고 꼭 도와달라고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났네요."인천 한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된 여아가 2개월 전 태어난 인근 다른 모텔의 주인 박모(67)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해당 모텔은 전날 0시 3분께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생후 2개월 된 A양이 태어난 곳이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양은 지난 2월 16일 오전 10시 30분께 이 모텔 객실 안 화장실에서 태어났다.당일 친부 B(27)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탯줄을 자르고 A양과 그의 어머니인 산부 C(22)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모텔 주인 박씨는 "119가 와서 출산을 했다고 하길래 객실에 올라갔더니 방이 엉망진창으로 돼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모텔에서 아이를 낳으면 어떡하느냐고 야단을 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소방대원들에게도 꼭 좀 도와달라고 했고 동사무소에도 연락해 이대로 놔두면 뉴스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도와달라고 했다"며 "혹시라도 잘못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꼭 좀 도와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고 전했다.그러나 A양은 전날 인근 다른 모텔에서 아버지 B씨, 오빠와 함께 지내던 중 뇌출혈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양을 학대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아버지 B씨를 긴급체포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B씨 부부는 A양이 태어나기 한참 전인 지난해 6∼7월부터 20여 차례 박씨의 모텔을 찾아 매번 1∼2일 정도를 머물렀다.어린아이와 자주 모텔을 찾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씨가 이유를 묻자 B씨 부부는 처음에는 "여행을 왔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이사를 해야 하는데 날짜가 맞지 않아 모텔에서 지낸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 부부는 A양이 태어난 뒤에는 박씨의 모텔로 돌아가지 않고 인근 다른 모텔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출생 이후에는 더는 모텔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아기 엄마 옷이랑 아기용품 등을 그대로 두고 가 혹시 몰라 비닐봉지에 담아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모텔에 오면 도움을 받을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며 "동사무소에도 여러 번 도와달라고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혀를 찼다.

B씨 가족이 지낸 인근 다른 모텔 주인의 연락으로 관할 지자체인 부평구 직원들이 모텔을 방문해 복지서비스와 출산지원금에 대해 안내하고, 아기용품과 밑반찬 등을 지원했으나 지난달 중순 B씨 부부와 연락이 끊겼다.

앞서 인천시 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A씨 부부와 1주일 넘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이달 5일 경찰에 공문을 보내 소재지를 확인해 달라면서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 발생 당시 모텔 방에 없었던 B씨의 아내 C씨는 사기 혐의로 이미 이달 6일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달 초 아내 C씨가 구속된 뒤 혼자서 어린 두 자녀를 돌봤다.

박씨는 B씨에 대해 "언어가 거칠지 않고 공손했다"며 "아이를 모텔에서 낳으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갔다"고 전했다.이어 "아기 엄마는 출산 뒤 자신의 옷이 아닌 모텔 가운을 입고 가서 옷을 가지러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았다"며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정이 딱해 보여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