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3400억, 네이버 3000억…그랩 투자했던 韓기업·기관들 '대박'
입력
수정
지면A8
'동남아 우버' 그랩 美상장 추진‘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그랩이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서면서 이 회사에 투자한 국내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대박’을 터트리게 됐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만에 수천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기업가치 44兆…최대 스팩 합병
국민연금 등도 2~3배 수익 기대

그랩은 2012년 차량 호출서비스 기업으로 출발해 최근엔 음식 배달, 금융, 결제, 쇼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종합 플랫폼 기업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8개국의 20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랩의 초대형 상장 소식은 이 회사에 투자한 국내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차(2억달러)와 기아(7500만달러)를 통해 그랩에 2억7500만달러(약 3063억원)를 투자했다. 비슷한 시기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도 공동으로 설정한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를 통해 그랩 지분 1억5000만달러(약 167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시리즈H 투자로 그랩의 주주가 된 이들 기업은 보유 지분의 가치가 투자 당시 대비 2~3배가량 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5000억원, 미래에셋증권-네이버는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SK㈜도 그랩의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 수익을 손에 쥘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도 2018년 시리즈G 방식으로 그랩에 2억3000만달러(약 2570억원)를 투자했다. SK㈜는 그랩이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입성하면 보유 지분 가치가 5900억원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한 지 3년 만에 약 3400억원의 수익을 낼 전망이다.
국내 대형 기관들도 대규모 투자 수익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주요 ‘큰손’들은 지난해 7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한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2호’ 펀드 등을 통해 그랩에 2억달러(약 2230억원)를 투자했다. 투자 당시 그랩의 기업가치가 약 150억달러로 평가받았음을 고려하면 투자금액의 2배가 넘는 수익을 얻게 됐다.
몇몇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2019년 고유 계정을 통해 그랩 지분을 사들였다. 한국투자증권, 하나대체투자운용, KDB캐피털 등은 EMP벨스타와 카이로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약 250억원을 투자했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도 고액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그랩 지분 25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KTB네트워크도 2017년 약 111억원을 투자했다.
김진성/차준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