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독서큐레이션] 어두운 삶, 처방전이 되는 '별빛'

오랜 세월,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은 수많은 사람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은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고 추구해야 할 목표를 상징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게오르그 루카치가 “별이 빛나는 하늘(Sternhimmel)을 보고 가야 할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고 읊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힘에 부치는 현실 속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보태는 별빛과도 같은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사라 시거 지음, 세종서적)은 미국 MIT 교수이자 유명 천문학자인 저자의 삶과 학문 여정을 동시에 담았다. 빛도 온기도 누리지 못한 채 우주 공간을 떠도는 별처럼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저자가 우연히 접한 별빛을 계기로 천문학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묘사된다. 전공 선택에 대한 아버지의 격한 반대, 학문 세계에도 만연한 신참 연구자에 대한 견제, 젊은 나이에 병마로 남편을 잃는 등 잇따른 시련으로 방황을 거듭하지만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머리 위로 수없이 펼쳐진 ‘별빛’이다.

동시에 별빛은 그에게 끊임없이 과제를 부여한다. 빛을 통해 사람들은 별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빛은 사물을 가리고, 인간의 시야를 왜곡한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반복되는 시련을 극복하며 성숙해가는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올드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북부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고 죽어간 201명의 마지막 편지를 모은 책이다. 반(反)인륜적인 파시스트 정권이 득세한 어둠의 시기에 생을 마친 이들의 ‘유서’는 별빛처럼 은은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모든 희망의 불씨가 다 꺼져버린 마지막 순간 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고요합니다. 포옹과 함께 영원한 볼 키스를 드립니다”라는 담백한 문장,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준 결혼반지를 당신의 반지와 합쳐줘. 당신을 사랑하는 나와의 가장 소중한 추억만은 평생 간직해 줬으면 해”라는 애틋한 작별 인사는 문장이 유려하지도 않고, 유명인이 남긴 말이 아니어도 전하는 감동이 적지 않다. 편지를 쓴 대다수가 젊은이였다는 점도 가슴을 저민다. 그들은 모두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다.

《고장 난 회사들》(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어크로스)은 ‘주가가 알려주지 않는 문제적 조직의 시그널’이라는 부제처럼 평판 좋던 기업에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번진 비효율과 부조리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가 ‘상식의 결핍’이라고 부르는, 기업이 중병에 처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신호는 △부정적인 고객 경험 △사내 정치 △넘쳐나는 규칙과 정책 △무엇을 위해 열리는지 의문스러운 회의 등이다. 수명이 다해감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별빛처럼 회사의 고질병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와 별의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도 별을 떠올리게 한다. 경영진의 지지를 얻고, 개혁을 주도하는 팀의 기운을 북돋고, 회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외면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만큼 은은한 별빛을 닮은 처방전도 없을 것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