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친목모임이냐"… 공수처 진용 두고 탄식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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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수사 담당자들의 숫자가 아니다. 공수처 검사 명단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 시절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중립성을 지켜야 할 공수처가 이 전 협회장의 '친목모임'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우선 공수처 검사로 신규 채용된 허윤 검사. 허 검사는 기자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가 도입된 이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해왔다. 수사 경험은 없다. 단순히 이같은 이력 때문에 지적을 받는 것은 아니다. 허 검사는 이찬희 협회장 시절 대한변협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취임할 때부터 '친(親) 이찬희'란 말이 많았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전 협회장은 직접 공수처장 추천 목록에 김 처장의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2005~2006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당시에 김 처장은 공보이사, 이 전 협회장은 재무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도 사실상 '이찬희의 사람'이란 말이 나온다. 여 차장은 이 전 협회장과 서울 용문고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다.최근에는 "김 처장의 비서관 채용에도 이 전 협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수처장의 비서관은 처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업무를 보좌하는 자리로, 5급 별정직이다. 지금의 김 모 비서관은 별다른 공모 과정 없이 공수처에 취업했다. 김 비서관을 김 처장에게 추천한 사람 역시 이 전 협회장이다. 김 비서관의 아버지는 이 전 협회장이 대한변협을 이끌 당시,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았던 지역 유지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 현재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단은 "현재의 대한변협은 이 전 협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협회의 이미지만 손상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대한변협 회장은 지난 2월 말 새롭게 취임한 이종엽 변호사다. 공수처 비서관 특채에 대해서도 대한변협 측은 "이 전 협회장의 단독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은 "협회 차원에서 김 비서관을 공수처에 추천한 적은 없다"며 "공문 등 공식적인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20년 간 논의 끝에 문을 연 공수처는 출범 100일도 안 돼 찬바람을 맞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공수처의 '공정성'을 믿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처장과 차장, 검사와 비서관 등 공수처의 주요 보직 16명 가운데 25%가 이 전 협회장과 친분 관계"라며 "특정인과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중대 수사기관의 구성원이 됐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