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활성화된다는데 어쩌나"…리모델링 아파트 '촉각'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대체 관계
재건축 수월해지면 리모델링 위축될 수 있어

준공 후 15년, 안전기준 B등급도 가능
대우건설·삼성물산 등 10여년 만에 사업 참여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한경DB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시장 분위기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 문턱이 낮아져 사업이 수월해질 경우 “굳이 리모델링을 선택해야하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다만 여전히 재건축에 비해서는 규제가 적어 사업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선호도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초 기준 서울 내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는 168개 단지(약 9만600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55개 단지(약 3만4000가구) 정도다.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 동작구 우성·극동·신동아(4396가구),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재건축 규제완화 변수가 불거지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 시장은 당선 이후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18만5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 일종의 대체 관계에 있는 리모델링 사업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건물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리모델링 사업은 쉽게 얘기하면 오래된 아파트를 수리하는 방식이다. 가구수를 늘리거나 다양한 평면을 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건축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놓고 저울질을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틀 수 있다. 최근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의 신정마을 주공1단지 아파트(1044가구)는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해 소유주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동시에 이 아파트 단지 내부에는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이유’ 대자보도 함께 붙었다. 주민 간의 이견이 나타난 것이다. 반대 측은 막대한 개인 분담금이 요구되며, 이주비 조달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등 경제적 이유를 반대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며 "재건축을 할 수 있다면 리모델링을 할 유인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2013년 국내 최초로 벽식구조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워커힐 푸르지오’ 단지 전경. /대우건설 제공
다만 재건축 규제완화가 지방정부 차원에선 쉽지 않아 리모델링 사업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 시장 당선 이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공급은 지방자치단체 단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회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안들이 많다. 또 서울시 안에서도 민간전문가들이 절대다수인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재건축은 지자체 소관인 1, 2차 안전진단이 통과돼도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으면 중앙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안전진단 단계에서 재건축에 제동을 걸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B(유지·보수)등급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또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해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리모델링은 66.7% 이상 동의만 있으면 진행 가능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공사기간은 물론 인허가 절차도 재건축보다 짧으며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 등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며 “최근엔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리모델링 사업의 재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