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꽃게 올해도 흉어?"...中어선 불법조업·외국인선원 부족 악재

북방한계선 인근에 모여있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독자제공
서해 꽃게 성어기(4~6월)를 맞아 어선들이 연평어장 중심으로 출항을 하고 있지만, 어획량은 아직까지 지난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어획량이 전년도에 비해 30~40%가량 줄어 올해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옹진수협 연평출장소의 지난해 상반기 꽃게 어획량은 7만5551kg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12만6256kg보다 40%가량 줄었다.

지난주 옹진수협의 하루 꽃게 반입량은 5t 정도로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어민들은 조업 초기이긴 하지만 최악의 흉어(凶漁)였던 작년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올라가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옹진수협 관계자는 “아직 꽃게 성어기 초기이기 때문에 올해 어획고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며 “다음주부터 꽃게가 본격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해5도 어민들은 올해도 꽃게 풍어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꽃게 어획량 급감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의 남획, 외국인 조업인력 부족, 이상 고온, 폐그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올해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연평어장이 있는 연평도에는 현재 어업활동이 가능한 어선(6~9.77t)이 약 40여척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선들은 통발, 안강망, 닻자망 등 다양한 조업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즘 매일 출항하지만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 조기 귀항하는 어선들도 있다는 게 현지 어민들의 설명이다. 꽃게가 본격적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다.

연평어장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모여드는 중국의 불법 꽃게잡이 어선들도 날이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100여 척이었던 불법조업선들은 이번주에는 200척이 넘었다. 낮에는 북방한계선 북쪽에서 조업을 하다가 밤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오는 불법 남획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중부해양경찰청의 서해5도특별경비단(서특단)은 지난달 18일 1척, 이달 5일 2척, 9일 1척의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나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배들은 대부분 30t 내외 소형선박이기 때문에 보통 7명가량이 탈 수 있는데,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하면 5명이 선원이다.

이들은 주로 자국에 있는 직업중개업소를 통해 불법조업 선사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선원들은 중국 현지서 정확한 어장을 모르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해 꽃게잡이배를 탄 경우도 있었다.

연평도 어민 A씨는 요즘 연평어장을 쳐다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들이 꽃게철을 맞아 서해 NLL 인근에 몰려있는 것도 속 터지는 일이지만, 본격 성수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함께 출항을 인력 부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면서 그 동안 어업활동의 일부분을 담당했던 외국인 근로자들 수급이 불안하다. 지난해 연평도에는 동티모르,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주해 조업을 도왔지만 이직하거나 귀국한 이후 추가 인력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평도에는 2019년 70여 명의 외국인 선원이 상주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기 시작해 현재 4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해외출입국이 까다로워지고 항공료도 비싸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게 쉽지 않아서다. 현지 어민들은 “외국인 선원들이 들어오면 섬에서 2주 격리하고 조업에 참여하면 되는데, 아예 유입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선원뿐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외국인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13일부터 기존에 체류하고 있던 외국인의 취업비자(올해 만료 비자에 한해)를 1년 연장해주고 있다. 이들 가운데 몇명이나 서해 꽃게잡이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